[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백악관 대변인이 찾을 정도로 부각된 K뷰티 산업의 이면에는 치열한 생존게임이 숨어있다.
'제2의 티르티르'를 꿈꾸며 우후죽순 등장한 브랜드들은 고비용 마케팅과 유통 집중화의 벽에 막혀 무너지고, 1세대 브랜드와 대기업 역시 흔들리고 있다. 화려한 K뷰티 열풍의 이면에 가려진 현실은 훨씬 냉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책임판매업 폐업 신고는 883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3258건)보다 5573건 증가한 수준으로 171% 늘어난 수치다. 2020년(882건)과 비교하면 약 10배(901%)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신규 등록업체 수는 5169곳에 그쳤다. 새로 문을 여는 화장품 업체보다 문을 닫는 업체가 훨씬 많았다는 의미다.
이 영향으로 누적 책임판매업자 수는 2024년 기준 2만7300여곳으로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 1만9700여곳에서 2022년 2만7900여곳, 2023년 3만1500여곳까지 매년 증가해 왔지만, 지난해 폐업이 신규 등록을 크게 웃돌면서 전체 업체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K뷰티 열풍에 화장품 브랜드 창업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과열 경쟁 속에서 신생 브랜드를 중심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6개월이면 브랜드 런칭하고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활용하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연구·개발·생산(ODM) 업체에 의존해 라벨만 바꿔 붙인 브랜드들이 소비자 눈에 띄겠느냐"면서 "초창기에는 인플루언서부터 전업주부까지 K뷰티 열풍에 올라타더니, 요즘 화장품 브랜드 창업은 '누가 망하나 게임'이 됐다"라고 전했다.
신생 브랜드만의 현실이 아니다. 1세대 화장품 브랜드인 '참존'도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며 장기간의 경영난 끝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을 비롯해 한때 유행했던 로드숍 브랜드들도 자금난과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올리브영 매장에 진열된 화장품 브랜드. [사진=아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d9a151077d81b5.jpg)
대기업들도 안심하기가 어렵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뷰티 부문 매출액은 4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고, 이 여파로 558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같은 기간 애경산업 뷰티 부문도 매출액은 5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줄고,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45.8% 줄었다.
신생 브랜드들도 ODM사에 힘입어 대기업 브랜드 못지않은 제품의 화장품을 만들어내면서 과거의 인지도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K뷰티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화장품 업계 다른 관계자는 "성공 신화는 일부에 해당하는 사례로 최근에는 대기업도 헤매는 게 화장품 사업"이라면서 "자연주의 성분이라던가 가격 경쟁력만이 아닌 차별화된 브랜드 철학과 고객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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