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ESG경영 성적표는 '보통 수준'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보통 수준의 ESG 경영 성적표를 받았다.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기업은 곳도 없었다. 등급이 오른 기업이 있는 반면, 하락한 기업도 속출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ESG기준원(KCGS)이 최근 상장 기업 805곳을 대상으로 한 ESG평가 등급을 공개했다. KCGS는 국내 주요 ESG 평가기관 중 하나로, 매년 ESG 관련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평가한다.

평가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3개 부문으로 나뉘며, 항목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본·심화 평가를 거쳐 최종 통합 등급을 산출한다. 등급은 S(탁월)부터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7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S등급은 지속 가능 경영 체계가 매우 충실하고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경우에 부여된다. A+와 A는 훼손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하며, B+ 이하부터는 비재무 리스크가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올해 평가에서는 제약·바이오를 포함한 전 산업에서 S등급을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KCGS 관계자는 "등급 분포가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됐고, 하위 등급을 받은 기업이 증가했다"면서도 "평가 피드백에 참여한 기업의 비율이 전년보다 4.8%p 증가해 ESG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상위 등급에서는 소폭의 변화가 있었다. A+ 등급을 받은 기업은 전체 20곳으로, 이 중 제약·바이오 기업은 현대바이오랜드가 유일했다. 지난해 A등급이던 현대바이오랜드는 현대그룹 ESG 협의체를 통해 미흡한 항목을 보완하고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실행하면서 등급이 상향됐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 GC녹십자, 종근당바이오, 일동홀딩스, 대원제약 등이 A등급으로 상승했다. 이들 기업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에서 균형 있는 성과를 보였으며, ESG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정책 투명성을 높이는 등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노력을 이어온 점이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GC녹십자와 대원제약은 ESG 정보공개 확대와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개선 활동을 통해 ESG 평가 요소 전반에서 개선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반면, 등급이 하락한 기업도 있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와 HK이노엔은 지난해 A+ 등급을 받았으나, 올해는 A등급으로 내려앉았다. 두 기업 모두 2023년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인정받았으나, 올해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한 단계 낮은 등급을 받았다. 이는 ESG 경영 성과가 단기간의 성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하위 등급 분포는 한층 악화됐다. B+부터 D등급까지 받은 기업 수는 지난해와 같은 63곳이었지만, B+ 등급은 18곳에서 15곳으로 줄고 D등급은 19곳에서 22곳으로 늘었다. 특히 지배구조 부문에서의 평가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횡령·배임, 회계처리 위반, 내부감사 기능 미비 등이 드러난 기업들이 잇따라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상법 개정 움직임 등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따라 KCGS의 평가 모형이 개정되면서 일부 기업의 등급 하락이 발생했다"며 "KCGS의 평가는 투자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서스틴베스트 등 다른 기관의 평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