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정부가 신약 개발의 전임상·임상 시험 등 핵심 연구 단계에 AI를 접목하려는 국책 과제를 추진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로 AI 기반 신약 개발 생태계가 점차 구축되는 분위기다.
![AI 신약 개발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981654c6eb3fca.jpg)
1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들이 정부 부처가 주관하는 연구개발(R&D) 과제에 참여해 민·관 공동연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특히 AI와 데이터 기반 의료 혁신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되면서,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필수 전략 도구로 부상 중이다.
대표적인 국책 과제로는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 개발 사업(이하 K-AI)'이다. 이 사업은 총 4년 3개월간 약 371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전임상과 임상 데이터를 연계해 AI 기반 임상시험 설계·지원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환자군 선정 △약물 용량 및 복용 경로 최적화 △임상 실패율 감소 등을 통해 임상시험의 효율성과 성공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K-AI는 삼성서울병원이 주관하고, 강북삼성병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이 참여하는 다기관 공동연구 체계로 운영된다. 연구의 핵심은 '역이행 연구' 기반의 AI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역이행 연구는 임상 단계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전임상 단계로 되돌려 설계를 보완하는 접근 방식으로, 신약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정밀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이 과정에서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AI 기반 임상 설계 고도화를 위해 공통적으로 항암·대사질환 관련 임상 데이터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세포 실험, 동물 모델 분석, 유전체 데이터 등 자사 보유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신규 전임상 멀티모달 데이터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웅제약은 자체 신약센터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된 AI 소프트웨어를 실제 연구에 적용하는 실증 작업을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책 과제가 신약 개발의 비용, 기간, 실패율 등 구조적 한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기술은 전임상·임상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환자군 선정과 용량 설계 등 임상 전략 수립을 지원해, 전체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도구로 평가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AI 기술은 선택이 아닌 산업 생존과 직결된 과제"라며 "AI 적용을 통해 후보물질 설계와 타깃 검증 단계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고, 초기 신약 탐색 비용을 30~5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AI 기술을 접목한 첨단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산자부는 'AI 기반 표적맞춤형 링커-약물 복합체 제조 자율랩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성과 차세대 항암제 개발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투입 예산은 374억원으로, AI·로봇 기반 자동화 설계·제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핵심 개발 분야인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차세대 표적항암제다. ADC 기전은 항체가 암세포 표면의 특정 신호(항원)를 인식해 항암제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변 정상세포 손상을 줄이고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유망 기술이다.
해당 사업에는 경보제약이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경보제약은 한국기계연구원, 고려대학교 등과 함께 2029년 12월까지 자율 실험실 및 의약품 자동화 제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경보제약에 24억원의 R&D 자금을 지원한다. 경보제약은 이를 바탕으로 제조·품질검증 체계를 정립하고 ADC의 설계 및 생산 시스템을 고도화해 ADC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경보제약 관계자는 "당사는 지난해 ADC 제조·품질관리(GMP)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약 855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등 ADC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며 "이번 과제를 통해 AI·로봇 기반의 첨단 제조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ADC CDMO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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