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오동운)가 10일, 수뇌부를 직무유기죄로 입건한 채상병 특검에 대해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부장검사와 검사가 사직해 사건 처리 결재를 못했기 때문에 직무유기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1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1.11 [사진=오동운]](https://image.inews24.com/v1/63721a5a0b1043.jpg)
공수처는 이날 "지휘부는 이 사건을 적법절차에 따라 그리고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거나 방임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그 모든 처리과정과 절차에는 정당한 이유들이 있었고 반대로 직무유기의 고의나 동기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공수처에 접수되는 사건의 경우 '선별 입건'이 아닌 '자동 입건'이기 때문에 고발 사실(입건) 만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수사 기관의 판단에 따라 입건 등 수사 여부가 결정되지만, 그 결과가 '교각살우(矯角殺牛·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인다)' 또는 '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를 보고 칼을 뽑는다)'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했다.
채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등 수뇌부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최근 조사했다. 작년 7월 송창진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고발 사건을 공수처법에 따라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사건을 8월 19일에 접수하고도 1년 넘게 통보하지 않았다. 공수처법은 검찰과 공수처의 상호 견제를 위해 소속 검사들의 비위를 통보하게 돼 있다.
공수처는 대검에 사건을 통지할 수 없게 된 것은 송 전 부장검사 사건을 수사하던 박석일 전 수사3부장검사가 사직하면서 사건을 처리할 담당부장과 담당검사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담당 부장검사나 주임검사 결재 없이 처·차장이 임의대로 대검에 이첩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 이첩 역시 처분이기 때문에 처분권자인 주임검사가 처분하면서 처장과 차장의 지휘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게 공수처 주장이다.
그러나 박 전 부장검사는 배당된 지 이틀 만에 송 전 부장검사가 무죄라는 취지의 '신속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이 차장에게 보고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오 처장에게 "직접 보고드리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고서와 함께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실무선에서는 이 사건 수사가 끝났다는 얘기다.
공수처는 또 박 전 부장검사 후임 임용이 늦어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했다. 2024년 9월 10일 신임부장검사 임용이 예정돼 있었지만 통상 2개월 가량 걸리는 대통령실 재가가 지연되면서 공수처 차장이 사건을 임시로 갖고 있다가 이미 사직서를 내고 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던 수사2부장 부서 검사에게 배당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던 부장검사의 부서에 배당할 수 없었고 신임 부장검사 임용이 결정된 상황을 감안한 조치였다고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후 비상계엄에 따른 공수처 수사가 이어졌고, 탄핵결정이 나온 2025년 4월 4일까지 신임 부장검사 발령이 이뤄지지 않아 적법한 결재절차를 통한 사건 처리가 어려운 상태였다"면서 "2025년 5월 26일 공수처 신임 부장검사가 부임한 다음달 초 소속 검사가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하는 등 사건처리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다가 채상병 특검이 출범하면서 2025년 7월 22일 사건을 특검으로 이첩했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날 공수처 해명에 대해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부장검사와 주임검사가 결재를 할 수 없어 처장이 대검에 이첩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한 이견이 많다. 공수처법 25조 1항은 '통보'하라고 했을 뿐이지 이첩하라고 정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법은 '통보' 즉시 하여야 한다고 의무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담당 부장검사나 주임검사 결재가 없었기 때문에 처장과 차장이 지휘결재를 할 수 없었다는 해명도 논란이다. 무죄라는 취지로 부장검사가 결론까지 낸 사건을 보고와 결재가 없었다는 이유로 1년 넘게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공수처 해명을 보면 공수처의 고질적 인원 부족 문제도 나오는데 십분 이해가 간다"고 했다. 이 법조인은 그러나 "과거 공수처 1기는 인원부족을 메우려 차장검사가 직접 사건을 수사하고 공판에도 참여한 전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운영의 묘의 문제인지 의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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