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커피 원두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카페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높은 만큼 먼저 가격을 올리기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다만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줄줄이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톤당 8990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4.5%, 연초 대비 25.8% 오른 수치다.
국내 커피 원두 수입액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커피 원두 수입액은 13억2783만달러(약 1조9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9억681만달러)보다 46.4% 증가했다. 수입량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단가 상승으로 수입액이 올라갔다.
국제 커피 원두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은 가뭄과 이상 고온으로 수확량이 급감했고, 베트남 역시 기상이변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커피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어,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다만 커피 가격 인상에는 시간차가 있다. 대부분 기존 재고를 소진한 후 가격을 인상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재고 소진 이후에도 선뜻 가격 인상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부정적 여론이 집중되는 탓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유통·식품업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은 최근 유통·식품기업에 대한 담합·출고가 인상 과정에 대한 조사 및 세무조사를 확대했다. 올해 들어 물가 관련 정부 주도의 공식 간담회도 수 차례 진행됐다.
앞서 올해 초 폴바셋이 주요 음료 가격을 200~400원 올리면서 타 프랜차이즈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지난 1월 숏·톨 사이즈 커피 음료 가격을 200원씩 인상했다. 현재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는 4700원이다. 투썸플레이스도 3월 레귤러 사이즈 아메리카노 가격을 4700원으로 200원 올렸다.
저가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저가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가격 인상에 대한 고심이 더욱 깊다. 100~200원 차이로 고객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가커피 브랜드 3사의 가격을 비교하면, 메가커피의 아메리카노는 핫 1700원·아이스 2000원, 더벤티는 1500원·2000원, 컴포즈커피는 1500원·1800원 수준이다. 원두값 상승이 이어질 경우 이들 브랜드 역시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커피믹스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3분기 기준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 믹스'와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2%, 18.2%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는 생활 필수 소비재에 가까워서 몇백원만 올라도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기엔 부담이라 당장은 내부 마진을 줄이며 버티고 있지만, 결국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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