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면서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느 때와 같은 무리한 출혈 경쟁보단 신중모드가 점쳐지면서, 해외 면세점 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연내 신라면세점이 반납한 DF1(향수·화장품) 권역과 신세계면세점이 반납한 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권역 등 2곳의 사업권에 대해 신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앞서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18일 인천공항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한다고 공시했다. 영업 종료 예정일은 2026년 3월 17일이다. 이어 지난달 30일 신세계면세점도 2026년 4월 28일부로 인천공항 DF2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두 면세점이 부담하는 위약금은 각각 약 19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위약금을 부담하더라도 영업을 지속하는 게 적자라는 판단에서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지속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회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매출의 감소가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는 재무구조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결정"이라면서 "영업 지속 시 적자 증가가 예상돼 면세 사업 수익성 제고를 위해선 효율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2022년 입찰 당시 공사가 제시한 여객 1인당 임대료를 고려한 최소 수용금액은 DF1 권역이 5346원, DF2 권역이 5616원이었다. 신라면세점은 8987원을, 신세계면세점은 9020원을 각각 써내 낙찰받았다.
당시에는 여행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여행객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면세업계의 매출 부진이 이어지며 임대료 부담으로 결국 두 면세점 모두 조기 철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두 면세점은 법원이 임대로 조정을 신청했지만,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25~27%의 인하라는 법원의 권고안도 거부하는 행태를 보였다. 결국 매달 감당하는 적자가 60억~80억원에 달하면서 백기를 들어야 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철수에 면세업계는 긴장감이 감돈다.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의 입찰 참여를 유력하게 예상하나, 지난 2022년과 같이 '고가 베팅'은 없단 분위기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 예정되면 빠르게 TF를 꾸리던 여느 때와 달리 올해는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입찰에는 참여하겠지만 입찰가는 신중하게 책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철수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낮은 가격을 제출하며 재입찰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되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일반입찰 방식이어서 사업권을 반납한 업체들의 참여를 제한할 수는 없지만, 평가 항목 중 사업 안정성 등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질 경우 철수 이력이 있는 업체는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면세업계가 주저하는 사이 해외 면세점의 진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태국 킹파워, 프랑스계 라가르데르(Lagardere), 스위스 아볼타(Avolta·옛 듀프리) 등 최소 네 곳의 글로벌 사업자가 인천공항 입찰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를 조정하지 않는다면, 싱가폴 창이공항에 우리나라 면세점이 진입했듯 우리나라 면세점에도 해외면세업체가 진입하게 될 것"이라면서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업계와의 상생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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