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용인클러스터, 청주 M15X 팹 24개 규모…메모리 병목해소"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는 이제 스케일 경쟁이 아니라 효율 경쟁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AI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한 수요 예측조차 불가능한 시기”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올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약 6000억달러(약 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전년 대비 24% 증가 수준이 아니라 지수적 증가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픈AI, 메타뿐 아니라 국가 단위 투자까지 본격화됐다”며 “미국·중국에 이어 각국 정부가 직접 AI 인프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발전 속도가 기존 산업 전환 주기를 압도하고 있다”며 “한 단계가 끝나기 전에 다음 단계가 도착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의 핵심 병목을 ‘GPU 성능’이 아닌 ‘메모리 대역폭’으로 규정했다. 그는 “GPU 연산 능력이 높아져도 메모리 대역폭이 받쳐주지 않으면 성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다”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전례 없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픈AI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월 90만개 수준의 HBM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재 전 세계 월 생산량의 2배 규모”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생산 확장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청주 ‘M15X’ 팹 24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설계했다”며 “수요 곡선이 불확실한 만큼 빠르게 대응할 생산 공간과 기술 옵션을 확보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축은 AI 데이터센터다. 최 회장은 “가장 효율적인 AI 운영을 위해서는 설계 단계부터 다른 인프라 구조가 필요하다”며 “SK는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최적 구조를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K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블랙웰 기반 AI 클러스터를 운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울산에 1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에너지·발열·시스템 최적화 등 차세대 인프라 설계를 진행 중이다.

세 번째는 ‘AI로 AI 문제 해결’ 전략이다. 그는 “메모리 생산에 AI를 적용해 공장을 디지털트윈 기반 자율화 팹으로 만들 것”이라며 “엔비디아 옵니버스를 활용해 생산 최적화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 AI 솔루션을 외부 파트너와 스타트업에도 개방해 산업 전반 생산성 혁신을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최 회장은 “SK는 파트너와 경쟁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고 함께 성과를 내는 방식이 SK의 AI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글로벌 빅테크, 정부, 스타트업과 함께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