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유통 채널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업태별로 상품이 구분되던 특징을 깨고, 새로운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게 자연스러운 전략이 됐다. 편의점 매대에는 옷들이 진열되고, 패션 매장에서는 커피를 파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캐시미어 라운드 니트' 6종을 출시했다. 니트웨어 상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기존 양말, 언더웨어류 등이 주력이었던 편의점 패션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들어 패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근거리 쇼핑객들의 수요를 겨냥했다. 그 결과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올랐다. 패션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50% 이상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GS25도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손잡고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재킷, 팬츠 등 17종의 의류를 단독 판매하고 있는데, 최근 한 달 매출은 출시 초기(지난 3월)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조만간 겨울 전용 의류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편의점 패션 상품 매출 확대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등에서는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지만, 편의점은 사용처로 지정되며 상대적으로 비싼 의류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반대로 패션기업들은 커피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점찍었다. 카페를 결합한 복합형 매장을 잇따라 선보이며 단순한 의류 판매를 넘어 브랜드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손잡고 서울 성수동에 복합문화공간 '카페 쓰리 스트라이프스 서울'을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아디다스의 로고와 컬러, 슬로건에서 영감을 받은 케이크 등 각종 베이커리와 음료를 판매한다.
폴로 랄프로렌은 강남 가로수길 1호점에 이어 내년 코엑스 파르나스몰에 '랄프스 커피' 2호점을 선보이며 카페 사업을 본격화한다.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는 지난 5월 명동 눈스퀘어점에 '자카페'를 열었는데, 1·2층은 패션 매장이고 3층은 카페 공간으로 구성했다.

현대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카페 PB 브랜드 '틸화이트'를 론칭했다. 더현대 서울에 1호점을 냈는데, 브랜드 기획부터 운영까지 사업 전반을 전담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백화점의 세계관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다. 백화점과 아울렛 등 주요 점포에 틸화이트 매장을 추가로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으로 업태 간 영역을 넘나드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도 상품을 '어디서 구매할지'보다 '얼마에 어떻게 구매할지'를 고민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역 침범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카테고리 확장이 소비 위축과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잘 키운 사업은 부가적인 매출 확대을 넘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경험 마케팅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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