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급한 도입을 우려했다.
한은은 27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화폐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신용"이라며 "화폐는 기술이 아닌 신뢰로 작동하고 신뢰를 제도로 보장하지 않으면 혁신적인 화폐라도 도태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와의 1대1 가치 유지라는 약속을 빈번하게 깨트렸다"고 지적했다.
![[사진=한국은행]](https://image.inews24.com/v1/98ddc67e97e97c.jpg)
2023년 초 테더(USDT)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영향으로 0.88달러까지 떨어졌다. 담보 은행이 위기에 빠지자, 스테이블코인의 신뢰가 빠르게 무너졌다.
유통 물량이 풍부하지 않은 비(非)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디페깅(가치 괴리) 위험이 더 크다. 제2의 기축통화인 유로화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 EURC는 디페깅이 잦고 이탈 폭도 깊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또는 블록체인에 IT 장애 등 운영리스크가 발생하거나 발행사가 신뢰를 상실하면 안전자산 운용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써클(USDC)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대금으로 SVB에 예치한 자금은 전체 준비자산의 8%였다. 그러나 써클이 보유한 준비자산의 신뢰에 의문이 생기자, 시가총액의 18%인 78억 달러의 상환 요구가 몰렸다.
![[사진=한국은행]](https://image.inews24.com/v1/19579ed7aaf629.jpg)
소비자 보호 공백도 여전하다. '1코인=1원'은 발행사와 이용자 사이의 사적 계약이다. 국가나 중앙은행은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보증하지 않는다.
한은은 "발행사가 상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예금자와 달리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는 은행과 달리 위기 시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서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비은행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날 소지도 있다"며 "시장 내 경제력 집중 위험 증가는 우리나라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업을 직접 영위하지 못하게 하는 우리나라 금융제도의 핵심 원칙 중 하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빅테크가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플랫폼 내 전자 상거래 영업에 금융·지급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금산분리의 취지는 경제 자원이 한곳으로 집중하거나 대기업이 불공정 행위를 할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 규제법(GENIUS Act)을 제정한 미국도 이런 위험을 인식해 비은행 상장 기업의 발행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블록체인의 특성상 거래 추적은 쉽지만, 거래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어려워 자금세탁과 불법 자금 은닉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거래 분석 서비스 업체인 체이널리시스는 2024년 전 세계 가상자산 불법 거래의 63%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중앙은행은 은행에 지급준비제도, 공개시장 운영, 은행 앞 유동성 대출제도를 통해 통화량을 조절할 권한과 수단이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통제 수단이 없다.
![[사진=한국은행]](https://image.inews24.com/v1/2bb1713dd08e12.jpg)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성을 가지면서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행 범위 밖에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지 않으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통화 대체 현상이 나타나 통화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주장은 과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가깝다"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통화 대체 현상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터키 등 화폐가치가 불안정하고 인플레이션이 심한 나라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화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국내 상거래에서는 가장 편리하고 거래 비용이 낮은 지급수단"이라며 "우리나라는 뛰어나고 싼 24시간 실시간 지급결제·간편결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을 통한 발행은 공신력 있는 은행권, 유통은 비은행이 담당해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예금 토큰으로 거래의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자본·외환 규제 회피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홍 한은 결제정책팀장은 "토큰화 자산인 채권 거래, 거액 결제에 있어서는 결제 중요성이 생명"이라며 "해외 중앙은행은 민간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해 혁신성을 따라가면서도, 예금토큰 중심의 결제 체계를 만들어 가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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