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구하려 바다 뛰어든 父에 '감동'⋯알고 보니 추락 이유는 母의 '인생샷' 욕심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디즈니 크루즈를 타던 5세 여아가 바다에 추락하자 아버지가 곧바로 뛰어들어 딸을 구한 사연이 알려지며 감동을 줬지만,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이 어머니의 부주의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캐나다 CBC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검찰청은 디즈니 크루즈에서 발생한 5세 여아 A양 추락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사고는 지난 6월 29일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를 출발해 플로리다로 향하던 디즈니 크루즈 '디즈니 드림'호 4층 갑판에서 발생했다.

A양이 여행 도중 바다로 떨어졌고 이를 목격한 아버지가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에 나섰다. 구조팀이 곧 투입돼 두 사람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A양은 저체온증 증세를 보였고 아버지는 척추 골절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후 이 장면은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영상을 접한 대부분의 해외 누리꾼은 A양의 아버지에게 "딸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뛰어든 위대한 아버지"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사고는 어머니의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어머니의 부주의로 인해 A양이 겪지 않아도 될 사고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리며 '불의의 사고'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어머니는 '인생샷'을 찍겠다는 이유로 A양에게 "여기에 앉아봐"라며 배 난간 쪽을 가리켰고 A양은 그 말을 듣고 난간에 걸터앉았다가 균형을 잃고 약 15m 아래로 추락했다. 이후 45초 만에 아버지가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아버지 역시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딸의 사진을 찍기 위해 걸음을 멈췄고 갑자기 아내의 비명을 듣고 돌아보니 딸이 물에 빠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사고의 책임을 디즈니 측에 돌렸다. 그는 "난간에 유리창이 설치된 줄 알았다"며 "딸의 사고에 디즈니의 관리 소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누구든 난간을 보면 유리창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짚으면서 "명백한 어머니의 과실"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형사 처벌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머니의 행동이 무책임하긴 했지만 형법상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크루즈선에서 승객이 바다에 빠지는 사고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루즈 운항사 연합체인 '크루즈 라인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크루즈선에서 바다로 추락한 사례는 212건으로, 전체 승객·승무원의 약 0.00004% 수준이다.

이 가운데 구조된 사례는 절반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부주의 또는 의도적인 행동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