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은 청년층”…응급실 자해·자살 시도 9만명, ‘조용한 절망’이 번지고 있다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최근 10년간 응급실을 찾은 자해·자살 시도 환자가 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10대가 전체의 38%를 차지해 청년층의 정신건강 위기가 ‘상시 구조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이 질병관리청에서 제출받은 '응급실 내원 자해·자살 시도 환자 현황(2015년부터 2024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응급실에 내원한 자해·자살 시도자는 총 89,1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손상환자(약 229만 명)의 3.9%에 해당한다.

성별로는 여성(58.1%)이 남성(41.9%)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24.6%), 10대(13.7%) 순이었다.

소병훈 의원은 “정신건강 위기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SNS 자극, 학업·취업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청년층의 심리적 방어막 붕괴가 심각하다”고 했다.

○ “가정 안에서 조용히 무너진다”…83% ‘집 안’에서 발생

자해·자살 시도의 83.3%가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시설(4.9%), 도로(2.9%), 야외·바다(2.8%)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가정형 위기’가 이미 사회 구조로 고착된 양상이다.

이는 가족이나 동거인조차 위험신호를 인지하기 어려운 ‘조용한 절망’이 일상 공간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 의원은 “정신건강정책이 여전히 병원·센터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지자체가 가정 내 위험신호를 조기 탐지하고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생활권 위기대응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면의 병리’가 원인…정신건강 요인 38%

자해·자살 시도 이유 중 38.0%가 정신건강 문제였다. 세부적으로는 △우울증(25.5%) △기타 정신과적 증상(11.1%) △약물중독(0.7%) 순으로, ‘가족·친구 갈등(24.1%)’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사회관계의 붕괴보다 내면의 고립감과 정서적 병리가 자살 충동의 중심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최근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서도 2024년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29.1명(전년 대비 6.6%↑)으로 나타나며, 정신건강 악화가 실제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 “약물 접근성 관리 시급”…61.5% 약물중독형

자해·자살 시도 수단은 약물 등 중독(61.5%)이 가장 많았고, 이어 △관통상(21.9%) △추락·낙상(5.7%) △질식(5.4%) 순이었다.

소 의원은 “의약품과 생활화학제품 접근성이 높아지며 약물중독형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며 “가정 내 약품 보관 관리 강화, 판매약 접근 제한, 고층 주거지 추락 방지장치 의무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의 위기 구조는 정신건강 악화, 가정 내 고립, 약물 접근성으로 명확히 고착됐다”며 “응급실 단계에서 포착된 위험신호를 경찰·복지·정신건강망이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가정형 생명안전망’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질병관리청이 2006년부터 시행 중인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를 기반으로 했다.

전국 23개 병원 응급실에서 손상 의도, 발생 장소, 사망률 등을 수집해 자해·자살 위험요인을 분석하는 국가 통계로, 향후 정신건강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 주요 통계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