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상반기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하반기 들어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국제 정제마진이 배럴당 9~11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손익분기점을 크게 상회한 덕분이다. 증권가는 주요 정유사들이 3분기부터 일제히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구매 비용과 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업계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업계는 보통 4~5달러를 손익분기선으로 본다.
올해 상반기 3~5달러 수준에 머물던 정제마진은 9월 들어 배럴당 9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최근에는 11달러를 돌파하며 두 배가 넘는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주간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1.1달러로 약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반등은 공급 측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노후 설비 폐쇄가 잇따르는 가운데, 필립스66·발레로 등이 가동 축소에 들어갔고 셸·페트로이네오스도 하루 수십만 배럴 규모의 정제 능력을 줄일 계획이다. 여기에 여름철 수송 연료 수요 증가, 겨울철 재고 확보 수요까지 겹치면서 정제마진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적 개선 기대도 뚜렷하다.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올 상반기 1조3000억원대 적자를 냈지만, 하반기에는 실적 반전이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977억원, 에쓰오일은 2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정유사들도 비슷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다만 불확실성도 여전히 적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정제마진의 하방 리스크로 꼽힌다. OPEC+의 연속 증산 기조와 중국 정부의 석유제품 수출 확대도 공급 과잉 우려를 낳는다. 중국은 최근 840만 톤(t) 규모의 정제품 수출 쿼터를 추가 배정해 올해 전체 물량을 4020만t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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