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비보존제약이 개발한 국산 38호 신약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가 국내 시판을 시작하며, 미국 임상 재개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어나프라주. [사진=비보존제약 제공]](https://image.inews24.com/v1/d5f8c2f44e0e40.jpg)
11일 어나프라주는 주사제형 비마약성 진통제로,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성 진통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시장에서 이를 대체할 차세대 치료제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 올해 9월 중순부터 판매를 개시했다.
이 약물은 다른 국산 의약품과 달리 미국에서 먼저 개발이 시작된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먼저 임상을 진행해 품목허가를 받은 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을 시도하지만, 어나프라주는 반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현지 임상 3상 환자 모집에 차질을 빚으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우선 획득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당시 상당한 비용이 투입됐던 만큼, 2021년 임상 재개를 계획하기도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비보존제약은 그간 국내 상용화에 집중한 뒤 글로벌 임상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번 시판을 계기로 미국 임상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연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임상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임시주총 등을 통해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 임상 3상이 재개되면 마무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 전 3상 환자 모집 목표는 300명이었으며, 당시 실제로 수십 명이 이미 등록된 바 있다. 현지에서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 모집 기간도 짧아질 수 있다. 환자 등록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임상 종료까지 1년 이내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 펜타닐' 기조를 기회로 삼아 현지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시절부터 펜타닐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최근에는 멕시코를 겨냥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까지 추진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해 약 7만5000명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비보존제약 관계사 비보존은 현재 어나프라주의 제형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 파이프라인 'VVZ-2471'의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VVZ-2471은 어나프라주의 작용 기전을 기반으로 추가 개발된 후보물질이다. 최근에는 오피오이드 중독(OUD)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서 미국구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개발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보존그룹 관계자는 "이번 선정은 VVZ-2471이 미국 연방 연구기관으로부터 과학적 타당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어나프라주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재개하고 FDA 품목허가를 추진해 글로벌 상업화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는 올해 초 FDA로부터 비마약성 진통제 '저나벡스(성분명 수제트리진)'를 승인받았다. 어나프라주는 통증 신호가 척수와 뇌로 전달되는 통로를 차단해 통증을 줄이는 방식인 반면, 저나벡스는 통증 신호가 아예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도록 말초신경 단계에서 차단하는 기전이다. 작용 기전이 달라 특정 상황에서 두 약물이 병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