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운 '스페셜티'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탄소다배출 업종이라는 낙인은 여전히 벗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라는 도전적 목표를 내세운 가운데 유상할당 비율도 대거 늘리기로 결정하는 등 석유화학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석화업계는 최근 수익성이 떨어진 범용 제품 중심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개편하며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기업들은 중장기 계획을 통해 NCC 의존도를 줄이고 특수소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중국발 공급과잉에서 탈출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가 스페셜티 사업으로 전환하더라도 탄소다배출 업종이라는 이미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석유화학 공정 특성상 고온·고압 반응과 다량의 에너지 소모가 필수적이어서 제품 포트폴리오가 바뀌더라도 탄소 배출량 자체를 크게 줄이기는 쉽지 않다.
16일 에너지온실가스 종합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산업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에서 국내 석화 부문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7413만 3000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1차 금속 산업(철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더욱이 석화 부문은 같은해 3812만 1000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전 산업 부문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강도 높은 목표를 설정한 가운데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에 따라 당초 산업 부문 감축 목표치가 11.4%에서 사실상 30.1%로 상향할 것으로 점쳐쳐 석화업계는 고심 중이다.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총량이 늘어나면 다배출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 역시 현행 10%에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50%로 상향이 되는 점도 석화업계를 압박하는 요소다.
국내 배출권거래제(ETS) 하에서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맞춰 배출권을 구매한다. 이 중 일부는 무상으로 제공되지만, 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돈을 주고 구매하는 유상할당 비율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기업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유·석화업계처럼 수출 비중이 큰 산업은 그간 무상할당을 통해 일부 완화 혜택을 누렸지만, 2030년까지 유상할당이 50%로 상향되면 배출권 구매 비용 증가에 따라 실적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게 석화업계의 목소리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요 석화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예산은 되레 줄어드는 추세다. 경기 침체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실적이 악화되자 필수 투자 영역 외의 비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ESG 예산이 감축된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ESG 투자 규모를 기존 495억원에서 218억원으로 축소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 규제와 유상할당 확대라는 현실적 부담이 겹치면서 당장의 비용 압박이 상당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감축 정책과 기업의 투자 전략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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