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가 청소년 중독 문제와 도심 상권 붕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했지만, 대구시의 대응은 여전히 단발성 행사와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스마트폰·도박 중독에 빠진 청소년 문제는 전국 평균보다 심각하고, 한때 대구 청년문화의 중심이던 동성로 상권은 공실률 20%를 넘어서며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지금 대구시는 ‘위기’가 아닌 ‘붕괴’의 초입”이라며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2일 대구정책연구원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및 도박문제 예방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청소년 스마트폰·도박 중독 문제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전문가와 학부모 등 200여 명이 참석했지만, 정작 실질적 대책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행사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강연은 좋았지만 아이가 새벽까지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을 때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실적 해법은 없었다”며 “이런 행사로 아이들 문제가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구의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율은 전국 평균을 웃돈다. 여성가족부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대구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31.2%로 전국 평균(28.3%)보다 높았다. 온라인 도박 관련 상담 건수도 최근 5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해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의 관련 예산과 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담당하는 대구스마트쉼센터의 올해 예산은 약 6억원으로, 청소년 인구가 비슷한 광주(약 9억원)나 인천(약 10억원)보다 크게 뒤처진다.
상담 인력도 5명에 불과해 대구 전역의 청소년 상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역시 상담사 4명이 연간 수천 건의 상담을 처리하고 있어 업무 과부하가 심각하다.
지역 전문가들은 이번 토크콘서트를 “홍보용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동성로 상권 몰락도 대구시의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대구시가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청년몰 조성, 야간 관광 콘텐츠 확대, 거리 경관 정비 등을 추진했지만, 현장의 체감 성과는 거의 없다. 2024년 기준 사업 예산은 50억원이지만, 상당수가 시설 정비나 홍보에 집중되면서 실제 자영업자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실은 참담하다. 지난해 말 기준 동성로 상가 공실률은 20.3%에 달한다. 코로나19 직후보다도 높은 수치다. 5곳의 가게 중 한곳이 폐업한다는 얘기다.
거리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은 점포가 늘었고, 한때 줄을 서서 입장해야 했던 유명 카페와 의류 매장은 잇따라 폐업했다.
20년째 동성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주말에도 손님이 예전 절반 수준”이라며 “매출은 줄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는 그대로라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 확산, 대형 복합몰 등장 등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한 도심 상권 약화를 지적하며, 대구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발성 이벤트로는 동성로 상권을 살릴 수 없다”며 “임대료 구조 개편, 청년 창업·문화 콘텐츠 융합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시민사회는 대구시가 보여주기식 행사와 홍보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한다.
대구참여연대 관계자는 “청소년 중독 문제나 동성로 공실률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책 효과를 눈에 띄게 보여주려는 단기 프로젝트보다는 꾸준한 예산 투자와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중독 문제의 방치는 미래 세대의 사회 적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동성로 몰락은 대구 도심 공동화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대구가 더 늦기 전에 진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청소년 정책과 도심 상권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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