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진우 기자] 다음달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개최 소식은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주제(theme)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올해 APEC이 내세운 화두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이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국제안보 불안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반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마저 자국이익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흔들리고 있는 지금,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APEC의 주제는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해왔다. 2014년 베이징은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 '협력과 안정'을, 2015년 마닐라는 '포용적 경제'를, 2016년 리마는 '질적 성장과 인간 개발'을 내세웠다. 2017년 다낭은 '새로운 역동성과 공동 미래'를, 팬데믹 시기 말레이시아와 뉴질랜드는 온라인 회의를 통해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후 2022년 방콕은 '개방·연결·균형', 2023년 샌프란시스코는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 2024년 리마는 '역량 강화·포용·성장'을 주제로 삼았다.
이 흐름을 종합해 보면, APEC은 '더 크게·더 빨리'에서 '더 함께·더 오래'로 무게 중심을 옮겨왔다.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거치며, 세계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한 결과다. 그리고 그 종착점이 바로 2025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다.
경주는 이번 주제와 잘 어울리는 도시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통해 수많은 전쟁과 위기를 견뎌낸 회복의 기억, 원자력과 미래차 산업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혁신,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미래의 비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의 논의가 이제 경주에서 하나로 모인다. 세계 정상들이 갈등과 대결을 넘어 화해와 협력의 길을 찾는다면, 경주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여는 무대가 될 것이다.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나아가는 감동의 드라마가 천년고도 경주에서 쓰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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