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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못할 청년안심주택"⋯구조적 이유 있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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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내역 인근 '루체스테이션' 가압류 조치에 입주민 '불안'
잠실·사당 등 청년안심주택서도 청년·신혼부부 보증금 묶여
"공공 임대주택 공급에 수익 추구 민간 사업자 도입이 문제"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이번달 계약이 만료되거나 해지를 원하는 세입자가 2~3명 가량 돼요. 보증금은 각각 6000만~1억1000만원 수준이에요 가압류 상태여서 서울시를 통해 신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임대보증을 가입했는데, 그동안 세입자가 불안해 하는 것을 우려해 시행사의 자금으로 보증금을 돌려줬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서울 청년안심주택 '루체스테이션' 시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임대주택 제도 중 하나인 '청년안심주택'의 제도적 구멍이 크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청년안심주택 특성상 시행사들은 저렴한 임대료와 보증금으로 인해 수익 창출이 제한적이고, 이로 인해 상환 능력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에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청년안심주택 홈페이지 [사진=서울시 ]
청년안심주택 홈페이지 [사진=서울시 ]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입주한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청년안심주택 루체스테이션 264가구 중 서울시 공공임대분(74가구)을 제외하고 시행사가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운용하는 물량은 190가구다. 이 중 10여가구가 공실이며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안심'하고 거주하라는 서울시 보증 공공임대주택인데 공실이 적지 않고 가압류로 인해 입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까닭은 '가압류' 사태 때문이다. 리딩증권의 관계사인 리딩에이스캐피탈이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루체스테이션에 대한 가압류(청구금액 20억원)결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임대주택 시행사는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한 새로운 입주자 모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년안심주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시행사를 설립했는데, 이 시행사에 투자자로 참여한 B사가 다른 이유로 리딩에이스캐피탈에 갚지 못한 채무가 발생하면서 비롯된 문제다.

청년안심주택은 지난 2018년부터 서울시가 추진해 온 대표적인 청년 주거 지원책이다. 만 19~39세 청년·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시세의 70~85% 수준에 공급한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운영하는 공공임대, 민간 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가 혼합돼 있다.

민간 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 입주 8년 후 시행사가 분양 전환이나 매각 등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하다. 민간 임대사업자인 시행사로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 임대 기간 8년 후 발생할 이익을 기대하고 사업에 뛰어든다. 임대 기간까지 고려해 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10년간 보증을 받아 저리의 대출이 가능한 이점도 있어 8년이란 의무 임대 기간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경영상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청년·신혼부부 등 세입자들의 임대료와 보증금이 묶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동작구 사당역 인근 '코브'는 임대인의 개인 채무 탓에 30여가구가 가압류 상태다. 특히 건설경기 악화로 지난 2023년 9월 입주한 송파구 '잠실센트럴파크'는 지난 2월 시행사가 시공사에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강제 경매가 개시되기도 했다.

서울시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저렴한 공적 임대주택을 민간이 운영"⋯명분 좋지만 영리적으론 문제

관련 업계에서는 구조적으로 청년안심주택이란 임대 주택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 시행사가 공적인 역할을 하는 임대주택을 운영하면서 보증금과 임대료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8년이란 임대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시행사 관계자는 "청년안심주택을 운영하면서 매달 선순위 대출 이자에 임직원의 급여까지 고려해 매달 4000만~5000만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운영하다보니 애초에 보증금과 임대료도 저렴하고 계약 만료 후 인상폭도 5% 수준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임대 기간 동안에는 자금이 계속 매몰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SPC에 참여한 B회사의 채무 때문에 리딩에이스캐피탈이 가압류를 걸었는데, 그들은 채무 상환을 위한 권리라고 하겠지만 청년안심주택의 새 세입자 모집을 할 수 없다는 제약이 경영난을 가중시킨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공공 임대 주택을 운영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김인만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청년안심주택 주거불안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구조적인 분분"이라며 "서울시가 치적을 쌓기 위해 추진한 임대 주택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맡기면서 발생한 것인데, 애초에 신중하게 추진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SH공사와 같은 공공 기관이 아니라 민간에서 운영하는데, 민간은 수익 창출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지향점이 다를 뿐 아니라 최근 보증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청년안심주택도 있어 피해를 키웠다"며 "민간 임대사업자가 참여한다면 외국의 임대사업자처럼 자본력있는 전문업체가 해야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안심주택 시행사, 추가 대출로 급한 불 끌 수 없을까?

넉넉한 현금 흐름이 기대되지 않는 민간 임대사업자로서는 금융권 대출도 어려운 실정이다. 임대주택 건설 후 임대사업 경영상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금융권에서 추가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발 사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적인 지원을 받았다면 선순위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 조달은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시행사가 자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에서는 2금융권보다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은 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순위 대출이 없다고 해도 청년안심주택의 특성상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상환 자금 확보가 확실치 않은 여신은 취급하지 않는다"며 "8년의 임대 기간이 마무리되고 임대에서 분양으로 전환되는 시기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임대료와 보증금도 크게 높아질 여지가 없는 입주 초기에는 추가 대출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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