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사회초년생 이모(27)씨는 하루에 몇 번씩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며칠 전부터 예고된 이커머스 라이브방송 시간 5분 전에 알람을 설정해둔 것이다. 그는 "라이브방송은 정해진 시간에만 저렴하게 판다는 긴박함이 있다"며 "꼭 필요한 게 아니라도 나도 모르게 이끌려서 상품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마치 게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시간, 수량 등을 제한해 소비욕구를 일으키는 '헝거 마케팅'이 성과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품의 희소성을 의식적으로 높여 소비자의 수요 심리를 겨냥하는 것이다. 탐색을 넘어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패턴과 맞물려 하나의 소비 방식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G마켓이 선보이는 한정 특가 라이브방송 '오늘만산다'는 회당 평균 조회수 77만회, 평균 거래액 1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오늘만산다에서는 생활밀착형 상품 총 10종을 엄선해 단 1시간 동안 파격적인 특가에 판매한다. 방송 중 준비 수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 종료되는 콘셉트다. 짧은 시간 안에 완판 여부가 갈리면서 긴장감과 몰입도를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역대 최고 실적은 지난 8월 노트북, 조립형 PC, 컬러복합기 등 디지털기기를 중심으로 인기 상품 10종을 최대 56% 할인가에 판매한 신학기 시즌 방송이다. 1시간 동안 9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달성했으며, 방송 시간 내 대부분 품목이 매진됐다.
G마켓은 지난 3월 오늘만산다 론칭 이후 총 14회 방송을 진행했는데, 구매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은 35%에 달한다. 전체 라이브방송 평균(30%)보다 5%p 높다. 이는 신규 고객 유입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늘만산다 방송을 통한 신규 가입자 수는 전체 라이브방송 평균 대비 6배 높다.
![G마켓의 한정 특가 라이브방송 '오늘만산다' 회당 평균 거래액은 약 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G마켓]](https://image.inews24.com/v1/bf57b65d5ea537.jpg)
11번가는 하루에 딱 10분만 판매하는 쇼핑 코너 '10분러시'를 운영 중이다. 한정된 시간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면서 결제 거래액은 론칭 9개월여 만에 110억원을 달성했다. 매일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10분러시 상품 판매 전 알림을 받을 수 있는데, 5일 기준 알림을 신청한 소비자는 28만여명에 달한다.
비슷한 방식이지만 판매 시간을 늘린 '60분러시(매일 오후 6시부터 60분간 특가 판매)'도 신설했다. 60분러시 역시 론칭 5개월만에 누적 50억원에 달하는 거래액을 기록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11번가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1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영업손실 183억원) 대비 44.2% 개선했는데, 10분 러시의 성공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또 소비자들의 주목도를 끄는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고, 이를 제한된 수량만 판매하는 한정판 제품들도 인기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GS25는 프로야구 구단 LG트윈스, 한화이글스와 협업한 굿즈가 인기를 끌면서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했다. 지난달 'LG트윈스 보냉백'은 예약 개시 30분 만에 준비 수량 1750개가 모두 완판됐다. 이어 19일부터 시작한 한화이글스 굿즈 예약 판매도 이틀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유통업계의 헝거 마케팅은 단순히 물량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 장소까지 제한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기간이나 상품 수를 한정해 고객의 소비를 부추기고,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전략의 과도화는 과소비, 리셀 시장 형성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초도 물량을 예상 수요보다 적게 잡거나 유통 과정에서 공급 물량을 일부러 조절하기도 한다"며 "최근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른 팝업스토어의 인원 수를 제한하는 것도 헝거 마케팅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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