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현지 젊은 세대가 한글을 활용해 정부를 비난하는 현상이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인도네시아 시민이 경찰차에 분노의 발길질을 날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e6491747c8e678.jpg)
최근 로이터,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지난해 9월 불거진 국회의원 특혜 의혹에서 비롯됐다. 하원의원 580명이 급여 외에 월 5천만 루피아(약 420만원)의 주택 수당을 챙겨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수도 자카르타 최저임금의 10배에 달하는 액수로, 높은 실업률과 물가 상승에 시달리던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이후 의회 해산과 특권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갈등을 폭발시킨 사건은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국회의사당 앞에서 발생했다. 오토바이 배달기사 아판 쿠르니아완(21)이 시위 현장을 지나던 경찰 장갑차에 치여 숨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장갑차는 피해자를 치고도 멈추지 않았고,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지면서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이튿날 열린 장례식 이후 전국 수십 개 도시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한 인도네시아 시민이 경찰차에 분노의 발길질을 날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c3b342fed3a0c.jpg)
자카르타, 욕야카르타, 수라바야, 반둥, 메단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이어졌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고무탄까지 사용했고 시위대는 화염병으로 맞섰다.
경찰 초소와 지방의회 건물이 불타는 사건이 잇따랐으며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에서는 의회 건물 방화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자택과 재무장관 관저가 습격·약탈당하기도 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숨진 배달기사에 애도를 표하고 경찰 징계를 약속했으나 민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오는 3일로 예정됐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취소했고 유엔 총회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시위 확산의 배경에 온라인을 지목하며 틱톡의 라이브 기능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한 인도네시아 시민이 경찰차에 분노의 발길질을 날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3e335a1704f0a2.jpg)
이에 현지 누리꾼들은 인도네시아어가 아닌 한국어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예컨대 "에망 프프린팁 안징 방솓 스모가 프라보워 츠좃 므닝갈"이라는 문장은 인도네시아어 원문을 한글 자모로 옮긴 것으로, "정부 진짜 개XX들이네. 프라보워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완전히 X 같다" "왜 그런 인간들은 죽지도 않고 오래 사는 걸까" 등 격한 표현이 한글로 공유되고 있다.
겉으로는 단순한 비난처럼 보이지만, 이는 정부 검열을 피하면서 국제 사회에 불만을 호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케이팝 열풍으로 한국어에 친숙한 인도네시아의 젊은 세대가 한글을 대체어로 활용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실제로 어학 플랫폼 '듀오링고(Duolingo)'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한국어 학습 수요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또 최근 10년 동안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고등학교 제2외국어 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등, 한국어 학습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글이 인도네시아 청년층의 새로운 '저항 언어'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어를 사용해 국제적 관심을 끌고, 이를 통해 정부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인도네시아 시민이 경찰차에 분노의 발길질을 날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bf8fa7f5e6dbaf.jpg)
![한 인도네시아 시민이 경찰차에 분노의 발길질을 날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11be9d5378a1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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