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고용안정 합의서' 작성 문제로 격화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고용보장을 위한 서면 합의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구두로는 구조조정이 없다고 하면서도 문서 작성은 거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아래) 야드 전경. [사진=HD현대]](https://image.inews24.com/v1/ac320ec23378e4.jpg)
노조 관계자는 1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사측에 합병과 관련해 전체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고용 문제, 희망퇴직 또는 전환배치 등의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며 "회사 측은 '조선소가 잘나가고 있는데 사람을 자르겠냐. 구조조정은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고용안정에 대한 합의서를 쓰자고 제안했으나 회사는 쓸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전했다.
합의서 작성 거부 이유를 묻는 노조에 사측은 "고용협약서가 필요한가? 회사가 고용을 불안정하게 위해서 합병을 하는 것이 아닌데 왜 써달라라고 하는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12월에 합병하면 한 달 지나고 2026년 1월 1일부터는 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며 우려를 표했다.
노조는 합병 후 HD현대미포가 특수선(방산) 사업을 새로 시작하면서 대규모 인력 재배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이 HD현대미포를 흡수 합병해, 함정 건조에 적합한 HD현대미포의 설비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HD현대미포의 도크 2개를 함정, 특수목적선 건조에 활용해 해양 방산 분야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HD현대미포조선 도크가 4개인데, 회사 발표에 따르면 2개는 특수선 건조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방산 업무를 해본 사람이 없어 HD현대중공업에서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4개 중 2개가 특수선으로 바뀌면 절반이 바뀌는 것"이라며 "상선 제조 인력이 100명이라고 했을 때 절반은 특수선 업무로 투입되고 나머지 절반은 HD현대중공업으로 전출을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회사는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대책을 물어봐도 회사는 '없다'는 말만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2025년 임금단체협상보다 고용안정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은 올해의 급여지만 내년에 구조조정하면 다 잘리지 않느냐"며 "임금이 뭐가 필요한가, 임금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고용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합원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자르는 것은 법적으로 제약이 있으니까 강제 전출이나 강제 전환배치 같은 조치는 안 봐도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2일부터 5일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일과 3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일과 5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파업을 진행한다. 특히 3일에는 조선3사(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가 공동으로 파업을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은 오는 12월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고용안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합병 과정에서 추가적인 마찰이 예상된다.
노조는 "내일부터 교섭을 다시 시작하지만 고용안정 합의서 문제가 계속 대두될 것 같다"며 "구조조정이 없다면 고용안정 합의서를 쓰면 되지 않냐"며 사측의 답변을 촉구했다.
한편 사측은 합병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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