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태권도는 210개국 이상에서 수련되는 세계인의 스포츠이자 무도다. 세계 어느 곳에 가든 태권도장이 있고, 태권도를 통해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고 나아가 인격을 도야하려는 태권도 인이 있다.

그러나 태권도의 종주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최근 여러 차례 사건이 발생하면서 태권도의 역할과 위상은 의심받거나 도전받고 있다.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하는 학생이 2020년 벽두에 서울 광진구 한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집단 폭행해 사망하게 했다. 학생들은 중형을 면치 못했다. 무술 유단자가 선량한 시민을 때려 죽였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태권도의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했다.
지난해 7월에는 경기 양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사범이 5세 어린이를 중태에 빠뜨려 목숨을 잃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범은 어린이를 말아 둔 매트 안에 거꾸로 넣어 약 27분간 숨을 못 쉬게 했다.
정통 태권도 인으로서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한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전 총장(공인9단)은 최근의 사건들을 특정인의 우발적인 일탈로 보지 않는다. 상업주의와 방임주의 속에 태권도 정신이 무너졌다고 판단한다.
안 전 총장은 "태권도는 '공격보다 방어를' '힘보다 예의를' 가르쳐왔고 도장은 아이들의 첫 사회요, 사범은 인생의 첫 스승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많은 태권도장에서 지도자는 스승이 아니라 자영업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신체를 단련하고 인격을 다듬는다는 태권도의 정신은 돈벌이에 밀려난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적인 성공이 전제돼야 태권도의 정신도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안 전 총장은 "매년 165~322여 개의 태권도장이 폐업하고 있고 2018년 1만70여 개였던 태권도장이 2023년에는 1만 곳 이하로 줄었다"며 "원인은 저출산, 코로나19,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운영난 등으로 다양하다"고 전했다.

다만 태권도의 위기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안 전 총장은 "'정신의 붕괴' '철학의 소멸' '정체성의 약화'가 더 큰 문제"라며 "태권도의 미래는 도장에 달렸고 무엇보다 국기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태권도의 중심으로서 지금과 같은 침묵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기원이 지도자의 윤리기준 정립, 도장 운영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인증제 도입, 지도자 자격연수 제도 마련 등 기본적인 제도조차 갖추지 못한 채, 여전히 승단 심사위탁에 따른 용지 발급 업무에만 몰두하고 있는 운영 방식은 태권도장을 외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안 전 총장은 "국기원은 세계 태권도의 본산(World Taekwondo Headquarters)임을 자처하지만, 국내의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행동할 때이며 구조적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국기원의 혁신과 개혁을 요구했다.
그는 구체적 방안으로 ▲지도자 자격 갱신제 도입, 윤리규정 제정 ▲도장 인증제 및 행정 주체 일원화 ▲수익 중심의 단증 심사 대신 공익적 역할 강화 및 지역 밀착형 지원정책 확대 ▲교육 철학을 담은 커리큘럼 개발 등 가치 중심 태권도 교육의 확산 등을 제시했다.
안 전 총장은 각별히 태권도장 중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태권도장이 무너지면 태권도의 미래도 없다"며 "태권도장을 지키는 것은 곧 태권도의 철학과 명예, 그리고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라며 국기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국기원은 더 이상 단증 발급 기관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태권도장이 살아야 태권도가 삽니다. 지금이야말로 태권도장을 되살릴 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할 '골든타임'입니다. 태권도 지도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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