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국가균형발전과 고등교육 개혁을 위해 내세운 정책이라고 한다. 겉보기엔 거창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교육 앞에 '미래'라는 단어를 붙이기 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공약은 오히려 씁쓸한 역설처럼 다가온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교육의 위기는 단순히 대학 수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무너진 교권, 입시에 지친 아이들, 치솟는 사교육비, 커지는 교육격차. 이 모든 문제 앞에서 '서울대 10개'는 불 꺼진 집안에 샹들리에를 다는 일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의 교실은 숨 쉴 틈이 없다. 학생은 시험과 경쟁에 쫓기고, 교사는 민원과 고발, 정서적 소진에 지쳐가고 있다. 한때 교육의 중심이었던 교실은 어느새 회피의 공간, 생존의 공간이 돼버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공동체 모두에게 돌아간다. 학생들은 점수로 줄 세워지며 자존감을 잃고, 학부모는 불안과 사교육비 부담 속에 지쳐간다. 교사는 전문성을 펼치기도 전에 위축되고, 학교는 점점 갈등의 장이 돼간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라는 이름의 대형 공약이 아니다.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회복'이다.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 교사가 존중받을 때 교육의 본질도 살아난다. 학생의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 성적과 서열에서 벗어나 자기 속도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이 교육의 중심이 돼야한다.
교육정책은 현장을 모르면 실패한다. 현실을 외면한 이상은 우리 아이들을 더 아프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이진숙 후보자의 지명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 교육 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은 무너진 것을 다시 세워야 할 때이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상처받은 교실에 다시 숨을 불어넣어야 한다. 정책의 성공은 숫자나 제도가 아니라, 아이들의 눈빛에서 시작된다.
교육은 기다림이다. 서두르지 않고, 말보다 들어주며, 성과보다 진심이 앞서는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대 10개보다 중요한 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 한 명, 한 명이다. 지금 우리 교육엔 변화보다 회복이 먼저다. 그리고 그 회복은 거창한 청사진이 아니라, 따뜻한 진심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말뿐인 혁신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깊은 회복을 이야기할 시간이다. 아이들을 위한,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교육,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진짜 교육을 다시 시작하자.
* 본 기고는 아이뉴스24의 편집기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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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수(孫正守 / Son jung soo)
前 부산광역시교육청 정책소통 수석비서관.
前 부산광역시교육감직 인수위원회 대변인.
前 하윤수 부산광역시교육감 당선인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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