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HLB의 간암 신약 병용요법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여부를 앞두고, 두 번째 FDA 국산 항암제로 등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중국 파트너사가 실사에서 난항을 겪었으나 이를 보완했고, 최근 세계적 권위의 학회에서 아직 허가되지 않은 이 약물을 '강력 권고' 처방약으로 규정하며 승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HLB]](https://image.inews24.com/v1/46cde09a5c8386.jpg)
11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오는 20일(현지 시간)까지 HLB의 간암 신약 '리보라세닙' 병용요법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허가 승인 대신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지 약 10개월 만이다.
'FDA 재수생' 리보라세닙 병용요법 장기간 수익 노릴 수 있어이 병용요법은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이 함께 사용된다. 앞서 HLB는 2023년 5월 FDA에 병용요법의 신약시판허가(NDA)를 신청했고, 같은 해 7월부터 심사 절차에 들어갔으나 한 차례 승인이 거부됐다.
당시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리보세라닙은 문제가 없으나,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관련해 (항서제약 측) 답변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FDA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실사 과정에서 항서제약이 지적을 받았는데, 지적을 받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은 HLB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표적항암제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국내 기업이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조합한 첫 사례다. 모든 환자군에서 처방이 가능하고 일부 항암제에서 발생하는 출혈이나 독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어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넓혀줄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었다.
이후 재심사를 요청한 HLB는 지난해 11월 FDA의 임상병원 모니터링(BIMO) 실사를 받았으며, 올해 1월에는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생산시설에 대한 제조 및 품질관리(CMC) 실사가 진행됐다. 항서제약은 CMC 실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보완한 추가 서류를 제출했고, 현재 FDA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보라세닙 병용요법이 최종 허가가 나면, 유한양행에 이어 국산 항암제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며 "두 약물이 병용됐기 때문에 더 긴 특허 기간을 누릴 수 있다. 특허 연장도 최대 5년으로 할 수 있어 미국 시장에 안착하면 안정적으로 장기간 수익을 누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종양학회 HCC 가이드라인에 '1차 치료제'로 등재…"이례적인 사례"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간암 1차 치료제로서 유의미한 임상적 효과를 입증했다. 리보세라닙은 '혈관내피성장인자 수용체 2(VEGFR-2)'를 타깃하는 티로신 키나아제 저해제(TKI)로, 암의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다. 캄렐리주맙은 항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 항체로, PD-1 수용체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면역항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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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는 약 30%의 암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TKI와 같은 다른 약물과 병용해 약효를 높이는 전략이 활용된다.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간암 1차 치료제로 쓰이는 '넥사바'와 비교한 임상 3상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이 3.7개월 연장했고, 암 진행으로 인한 사망률을 48% 낮췄다.
지난달에는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과 함께 전 세계 전문의들이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는 대표적 지침서인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간한 간세포암 진단·치료 가이드라인(HCC)에 1차 치료제로 등재됐다. 특히 해당 가이드라인은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에 대해 처방을 '강력 권고'하는 약물로 규정했다.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약물이 현장의 의사들에게 처방을 권하는 약으로 등재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중국 파트너사가 장애물?…"문제 없다"HLB는 FDA 허가에 앞서 이미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지 직접판매 전략으로 수익을 확보할 계획이며,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가 마케팅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도 충원할 예정이다. 또한 뉴저지주를 시작으로 각 주의 의약품 판매 면허를 순차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가 FDA 허가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캄렐리주맙이 중국 제약사 제품이고, 리보세라닙도 중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HLB 관계자는 "CRL 지적 사항도 모두 보완했고, 추가 임상 결과도 긍정적"이라며 "미국 정부가 환자 치료를 우선하는 만큼, 정치적 이유로 거절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HLB는 허가 후 상용화 성공 시 미국 현지 생산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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