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나경 기자] 지역사회에서 대형 서점은 물론이고 종합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포항에서 동네 서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대형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이 보편화된 환경 속에서 지역 서점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지금, 포항 장성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북북'의 최성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포항 장성동에 위치한 동네 서점 북북. 깔끔한 외관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련된 내부가 마치 작은 교보문고에 온 듯하다. 따듯한 조명 아래 종류별로 잘 정리된 섹션과 큰 탁자가 방문하는 이들을 편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대형 서점은 물론이고 종합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포항에 서점을 내게 된 이유를 먼저 물었다. "제가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누님이 울산에서 30년간 서점을 운영하셔서 책과 가깝게 지냈어요. 그런데 포항에 와서 보니까 울진 영덕을 포함해서 참고서나 문제집을 주로 파는 서점은 있지만 종합서점이 없더라고요. 지역사회에도 서점다운 서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마침 누님도 운영하시던 서점을 그만두게 되셔서 누님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죠."
책을 좋아한다는 대답에 기자는 책의 매력에 대해 질문했다. "단순성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처럼 로그인이라든지 접속을 해야 하는 과정 없이 아무 때나 보다가 던져놓고 다시 볼 수 있는 단순성이 저는 좋아요. 그리고 저에게 책은 휴식입니다. 아무래도 수학적인 컴퓨터 일을 하다보면 손과 머리가 쉬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소설이나 에세이 읽으면 시간이 편하게 흘러가는 걸 느끼게 되죠."
프로그래밍 서비스회사 (주)감소프트 대표이기도 한 최대표에게 기자는 디지털 시대에 책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마지막엔 다시 아날로그로 가지 않을까요. 사람이니까 뭔가 손으로 직접 만들고 직접 가보고 직접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서점의 규모와 운영에 대한 질문에 최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저희는 독립서점에 가까워요. 책의 종수는 6000권정도 됩니다." 하지만 최대표의 대답과 달리 독립서점이라기엔 책의 종수가 상당하다. 독립서점은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된 특화된 도서가 많다는 게 매력이지만 다양성 부재는 독립서점들의 수명이 짧은 이유이기도 하다.

독립서점이라기 보다는 종합서점에 가까운 거 같다는 기자의 말에 "사실 종합서점으로 포항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싶긴 합니다. 서점은 서점 본연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야 오래 간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저희도 종수가 다양하진 않았어요. 근데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으시더라고요. 의외였던 건 경제경영분야의 책을 많이 찾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종류를 다양하게 갖추었더니 오히려 입소문이 나서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더라고요."
이어 지역서점이 종수를 다양하게 갖추는 것 말고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무엇일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대표는 반가운 듯 말을 이어갔다. "이제는 서점의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연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서점에서도 두 달에 한번 씩 문화공연을 하고 있어요. 처음 기타리스트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번 정도 진행을 했는데 반응이 괜찮습니다. 지난번에 현악 4중주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동네 분들과 아이들이 와서 보는데 그게 참 좋더라고요. 다음달 3월에도 공연을 기획하고 있어서 지금 준비 중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최대표가 미래에 그리는 서점은 어떤 모습일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점 가운데 따듯한 난로가 있어서 사람들이 편하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는 대답에 헤밍웨이도 단골이었다는 프랑스의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이 떠올랐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입구에 커다란 난로를 두었었다는 파리의 그 서점처럼 최대표의 훗날 서점에도 따듯한 난로가 사람들을 반기고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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