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노사, 반도체특별법 '52시간 예외' 충돌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사측 "시간은 경쟁력" vs 노측 "노동 착취"
이재명 "장시간 노동한다고 생산성 생기나"
"기업 입장도 당연히 고려…방법 찾아보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3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일 반도체특별법 주요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에 대한 노사 입장을 청취했다. 양측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주 52시간 근무 예외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렸다.

당은 이날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란 주제로 정책 디베이트(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했다.

도입 찬성 측 "시간 기준으로 하면 성과 나오기 어려워"

먼저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세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시간 중심' 노동에서 벗어나 탄력적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은 '기술 중심' 산업이고, 이 중심에는 기술 개발이, 이 기술 개발 중심에는 연구자들이 있다"며 "이 연구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시간의 기준으로 일을 하게 됐는데, 시간을 기준으로 연구 개발을 한다면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에겐 시간 기준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될 필요가 있고, (국회도) 생산과 연구개발 특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 줘야 한다"며 "경쟁 국가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일을 해서 기술 개발 속도를 내야 하는데, (경쟁 국가와) 제도를 같이 맞춘다면 우리 기술 개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범 SK하이닉스 R&D 담당도 "메모리 기술 개발은 각각 단위 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인데, 기술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이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공정에서 복합적으로 일어난다"며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의 기간이 걸리는데, 이때 '시간'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란 자원을 필요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욱이 앞으로 회사 간 기술 수준 차이가 크지 않게 되면 다양한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능력이 경쟁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의 다양한 요구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혼란 없이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구원들의 귀중한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3 [사진=연합뉴스]

도입 반대 측 "노동자 건강·삶 심각하게 위협될 것"

반대 측에서도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다만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 연구·개발 노동자들이 노사 서면합의로 주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기는 것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이 심각하게 위협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은 "주 40시간 이내에 일하는 노동자보다 주 52시간 이상을 일한 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 확률이 4배 이상 높다는 결과와 장시간 노동자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살률·뇌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높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있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365일 '크런치 모드'(밤샘 연장 근무) 속에서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하는 노동자의 현실은 결코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 52시간 예외를 논하는 것은 노동자의 희생을 더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52시간 예외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노동력 착취'를 위한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노동은 혁신을 가져오지 않고, 오히려 숙련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면서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흔드는 근로시간 적용 특례 조항을 철회해야 하며, 반도체 노동자의 노동환경·근로조건 개선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3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 "총노동시간 제한이 대전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쟁점은 '총노동 시간' 확대로 넘어갔다. 예외 조항 도입 측 일부에서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는 "총노동 시간이 늘어나지 않게 하자는 것이 대전제 아닌가, 이걸 깨뜨리자는 것인가"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 대표는 "현재 주 52시간이 한도인데, 경영계 측에선 2800시간이라는 총노동 시간을 늘리자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한 날에 압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대하자는 것인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라"고 물었다.

이에 김태정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는 "총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을 깨트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집중 근무를 하는 동시에 여유가 생길 때는 쉴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안 전무는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회사나 개인에게 맡겨두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경영계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노동계 측에서) 총노동 시간을 늘릴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의원도 "(경영계 측에서) 총노동 시간을 확대하자는 말은 아예 없었고, 그건 있을 수 없다"며 "필요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그만큼 쉬자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원이 의원 역시 "총노동 시간 문제는 건들지 말고 반도체 개발 시기에 연구 인력을 집중하되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자는 요구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논의된 노사 간 입장을 종합해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통해서 사실상 착취한다는 소리를 들을 방식으로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본다"며 "장시간 노동을 막 시킨다고 해서 생산성이 생길지 의문이고, 자유롭게 환경을 개선해 주고 일정한 과제도 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 창의적인 연구 개발이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들 입장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서로 이해하면서 특정 제도에 대한 악용이 없도록 만들면 될 것 같다"며 "그 방법이 무엇인지 좀 더 논의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노사, 반도체특별법 '52시간 예외' 충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