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숙취해소 표시·광고 식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달라질까. 시장을 주도하던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겠지만, 중소업체들의 진입장벽은 높아지며 기존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숙취해소제를 제조·판매하는 주요 제약사들은 최근 제품에 대한 인체 적용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숙취해소제 관련 제도를 강화한 데 따른 조치다.
그동안 숙취해소제는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기타가공품'으로 분류돼 엄격한 검증 없이도 '숙취해소'라는 표시·광고가 가능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2019년 12월 31일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않는 식품 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 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하며, 과학적 근거 없이 일반식품에 '숙취 해소'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규정의 유예기간이 5년으로 설정됨에 따라 숙취해소제는 올해부터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으로 분류됐고, 인체 적용 시험 등을 통해 기능성을 입증해야만 관련 표시와 광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숙취해소 효능·효과를 입증한 인체 적용 시험 등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고 표시·광고할 경우, 영업정지 또는 품목 제조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제도 시행 전부터 유통하던 제품은 실증자료를 갖춘 경우에 한해, 자율심의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오는 6월 30일까지 계도 기간이 주어진 상태다.
숙취해소제 시장은 현재 HK이노엔(컨디션)과 삼양사(상쾌한), 동아제약(모닝케어), 종근당(깨노니), 한독(레디큐) 등 제약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가 공개한 '식품 등의 기능성 표시·광고'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제약사는 인체 적용 시험과 광고 자율 심의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신뢰를 받아온 만큼, 효능을 입증하는 과정이 수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 1위 자리를 유지 중인 HK이노엔은 식약처의 규제 시행 전부터 인체 적용 시험을 진행해 2021년 완료했다. 올해에는 신규 성분을 바탕으로 시험에 나서며, 이를 컨디션 음료 제품뿐만 아니라 젤리 등 다양한 라인업에 적용할 계획이다.
HK이노엔에 따르면 회사가 2020년 진행한 '컨디션 헛개' 제품의 숙취 개선 효과 및 안정성 평과 결과, 해당 제품은 혈중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수준을 효과적으로 낮췄다. 제품 섭취군은 비섭취군에 비해 모든 시간대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낮게 나왔으며, 특히 알코올 섭취 후 초반 20분, 40분에 유의적 감소세를 보였다.
종근당도 지난해 출시한 '깨노니 땡큐샷'의 숙취해소 효능을 입증했다. 원료 노니트리는 알코올 섭취 1시간 후 섭취군에서 유의적으로 혈중 알코올·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감소했으며, 3시간, 5시간 후에도 유의적인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동아제약은 '모닝케어 프레스온'에 함유된 성분인 쌀눈대두발효추출물의 인체 적용 시험 심사를 마치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성분이 포함된 완제품으로 시험을 완료했고, 숙취해소 효과를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규제 시행에 따라 숙취해소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숙취해소제 제조사 관계자는 "인체 적용 시험에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소업체의 경우 숙취해소 효과 문구를 빼는 등 우회할 것"이라며 "진입장벽이 높아져 입증된 제품들의 입지가 공고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아이큐(NIQ) 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숙취해소제 판매액은 전년 대비 10.4% 증가한 34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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