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허은아 대표를 둘러싼 개혁신당 내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당 운영 미흡을 들어 사실상 지도부 붕괴인 '비상대책위원회 설립' 요구까지 나오고 있지만, 허 대표는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당 민주주의 훼손 우려로 당헌·당규에 비대위 요건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이번 갈등에 다시 필요성이 언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허은아-천하람, '최고위 안건 의결' 충돌
개혁신당의 내홍이 '이전투구'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김철근 전 사무총장 경질 사태 여파로 허 대표와 일부 지도부 간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치달은 이후, 급기야 인사권 문제로 충돌한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동안 당내에서 '중립'을 지켰던 인사로 평가되던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해임되자, 천하람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기인 수석 최고위원 등 인사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9일 개정된 당헌(당헌 23조·정책위의장은 당대표 추천으로 최고위 의결을 거쳐 임면할 수 있다)을 들어 허 대표가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당대표실 측은 당시 해당 당헌 개정을 추진했던 최고위원회의는 "최고위원 4명이 함께 당대표를 겁박해 회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고 반박했다. 대표실에서 공개한 당시 일부 회의록에 따르면, 허 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말 자꾸 밀어붙이면서 결정하게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해당 당헌이 개정됐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천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당헌 개정 절차에 참여해 직접 표결까지 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고, 허 대표는 "날치기 회의의 무효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허 대표는 신임 정책위의장과 전략기획부총장, 전략특별보좌역을 임명했다.
이준석 의원을 비롯해 천 원내대표 등 인사가 주요 당직자 임명을 문제 삼으며 허 대표를 압박하자, 당대표실은 반격에 나섰다. 천 원내대표가 '당대표 패싱'을 통해 전략기획부총장을 임명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지난 10일 오전 예정된 공식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해 이경선 서울특별시당위원장을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했다는 주장이다. 당대표실은 당헌·당규 절차를 위배한 임명으로써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의결 정족수' 수싸움…허은아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시사
이번 갈등은 표면적으론 허 대표에 대한 신경전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최고위 의결 구조를 둘러싼 수싸움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당권'을 둘러싼 공방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관련 당헌·당규 개정으로 보인다.
현재 최고위는 '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선출직 최고위원 3명' 등 6명이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안건의 경우 과반(4명)이 찬성하면 통과되는 구조다. 현재 지도부 내에선 △당권 사수 2명(허은아 대표·조대원 최고위원) △당권 유지 반대 3명(천하람 원내대표·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 △중립 1명(이주영 의원)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여기서 허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교체한 것은 최고위에서 '우군'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 수석 최고위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 의결 구조에서 한 표라도 더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3대 3' 구도로 최고위 의결 구조가 된 만큼, 안건 의결은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회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반대로 최고위 안건 의결을 위해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구속 요건이 생기는 의미기 때문에 갈등이 봉합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오히려 허 대표가 꺼내지 않은 마지막 카드가 내홍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 허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지 않았다. 그동안 자칫 갈등 요소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임명을 보류한 카드다. 허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게 된다면 의결 구조는 '4대 3'이 되고 당대표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허 대표는 고심하는 분위기지만, 임명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허 대표는 <아이뉴스24>와의 문자메시지 대화에서 '향후 기존 입장과 동일하게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지 않을 생각인가'라는 물음에 "좋은 분이 오시길 기다리는 중이긴 하다"고 했다.
'당권 공방' 본격화…논란의 '비대위 설치' 당헌 개정
최근 벌어진 인사권 갈등과 의결 구조 신경전은 '당권 공방전'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당헌·당규에는 비대위 설치 관련 조항이 없다. 통상 타 정당은 비대위 설치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개혁신당은 비대위가 선출되지 않은 지도부이기 때문에 정당 민주주의 실현 차원에서 해당 규정을 포함하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당 민주주의지만, 당내에선 이준석 의원이 과거 국민의힘 대표였던 당시 선출직임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당대표 축출'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
개혁신당의 '선출직'에 대한 권리 보장 규정은 당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사실상 당대표가 자진 사퇴, 사고 등 궐위가 발생하지 않으면 소위 '축출'은 불가능한 구조다. 이 가운데 전성균 최고위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당규 제정과 동시에 지도부 총사퇴를 하자"고 요청했다. 전 최고위원 입장에선 고육지책이지만, '사퇴 불가론'을 내세운 허 대표에겐 당대표 흔들기인 셈이다. '의결 구조' 대립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비대위 언급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당내 따르면, 당헌을 개정하기 위해선 원칙적으론 당무위 의결 또는 전당대회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창당 이후 체제가 정립되지 않은 탓에 최고위가 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여기서 앞서 불거진 허 대표와 천 원내대표 간 '당대표 불출석에 따른 최고위원회의 주재' 논쟁을 주목해야 한다. 천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9일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회의에서 "대표가 안 오면 원내대표가 대행할 수 있다"고 했고, 당대표실은 규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향후 '비대위 설치' 당헌·당규가 상정될 경우, 이 논쟁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최고위원회의 소집권은 당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회의를 소집하지 않거나, 소집된다고 하더라도 사회권·주재권을 위임하지 않고 이석하면 안건 처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된다면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與 이탈 지지층 흡수 기회인데…판단 잘해야"
지도부 간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개혁신당에서 '개혁'이 사라진 현재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창당 당시 당헌·당규 정립에 협조한 인사들은 당초 이번 분란을 예상하고 당헌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이들도 문제 수습의 당사자로 허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초기 창당 작업에 협조한 한 외부 인사는 "비대위 설치 요건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비대위 지도부가 아닌 '새로운 지도부' 선출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비대위를 2~3개월 거치는 것보다 당원 온라인 투표를 통해 신속하게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지지층을 흡수할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며 "허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데, 정치 경험은 많지 않지만 이제는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한 당 관계자는 "현재 체제로선 당위성을 떠나 최고위 의결사항을 두고 법적으로 문제 삼으면 허 대표 측의 '원천 무효' 주장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두고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탄핵 국면에 반사 이익을 얻지 못하고 갈등이 계속 불거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당대표의 책임과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허 대표가 억울할 수 있지만, 그동안 쌓인 감정을 풀 수 있는 것은 허 대표밖에 없다"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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