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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스타트업을 만나다] 인공지능으로 '현장 사고'를 예측 - 스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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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한 BLT특허법인 파트너 변리사. [사진=엄정한]

2024년 11월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큰불이 발생했다. 사고는 공장에서 발생한 여러 화재·폭발사고 중 하나로, 설비 수리 후 재가동 직전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2018년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도 설비 고장이 대형 화재로 번진 대표적인 사례다. 사고는 이처럼 설비 고장으로 인한 화재와 재난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손실을 초래하며,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설비의 상태를 사전에 진단하고 이상을 예측하는 기술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전통적인 설비 관리 방식은 '정기 점검'과 '고장 발생 후 대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방식은 설비의 실제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며, 예기치 못한 고장으로 인한 운영 중단과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

특히, 복잡한 산업 환경에서는 설비가 고장 나기 전 미리 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예지 정비(Predictive Maintenance)'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예지 정비 기술은 실시간 데이터 처리 한계와 센서 간 데이터 융합 부족으로 실질적인 활용도에서 제한적이었다.

예지 정비 기술은 그러나 수년 전부터 해외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미국의 '프레딕스(Predix)'는 GE가 개발한 산업 IoT 플랫폼으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설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설비의 이상 상태를 예측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GE는 프레딕스로 산업 설비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독일의 지멘스(Siemens)와 SAP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지 보전 솔루션으로 자동차, 항공, 제조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며 빠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예지 보전 기술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글로벌 시장에서 예지 정비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스피랩(대표 이혜영)'은 다양한 데이터 형태(숫자, 영상, 텍스트)의 시간적 변화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예측하고 감지하는 인공지능(AI)을 연구하며, 이를 엣지컴퓨팅과 클라우드 기술로 시각화하는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시계열 이상(Numerical IoT, Vision, Text)의 시간 흐름(Flow)에 대한 전조 예측, 이상감지 인공지능(AI)에 대해 탐구하며, 엣지컴퓨팅 AI와 클라우드 AI 기반 시각화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스피랩]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IoT 센서와 엣지 디바이스를 활용한 스마트 정비 AI 시스템, '레이판(RayPANN)' 시리즈를 선보였다. 다양한 설비의 이상 상태를 조기에 감지하고 예측하는 솔루션으로, 기존의 설비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스피랩의 기술 혁신은 '음향 AI 기반 멀티모달 분석'이다. 기존 단일 센서 기반 모니터링 방식은 각기 다른 센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스피랩은 음향 데이터를 중심으로 영상, 신호 데이터를 융합해 설비의 이상 패턴을 감지하는 독자적인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핵심은 음향 데이터를 시계열로 분석하고, 이를 다른 센서의 데이터와 융합하는 것이다.

[사진=스피랩]

'음향 시계열 퓨전 AI' 기술은 센서 간 데이터의 상호작용을 학습해 설비의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진단한다. 또한 엣지 디바이스에 최적화돼 있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며, 클라우드 연동 없이도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경량화된 AI 기술은 데이터 처리 지연을 최소화하고, 네트워크 의존도를 낮춰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한다.

'레이판 시리즈'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예지 정비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멀티모달 융합 분석으로 다양한 센서(음향·영상·신호 등)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이상 상태를 감지한다.

예를 들면 화재·유해물질 누출·설비 고장 등의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고, 정비 대상 설비를 마스터 데이터로 등록해 설비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아울러 정비 이력을 기록하고, 알람을 통해 적절한 시점에 정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온디바이스(On-Device) AI는 엣지 디바이스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클라우드와 연동해 정교한 AI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센싱 전조 예측 시각화' 기능도 제공해 사용자가 설비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사진=스피랩]

스피랩은 회전·공조 설비, ESS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에 레이판 시리즈를 도입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울산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해 ESS 설비의 이상 상태를 감지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드론에 장착된 센서로 도로 상태 이상(화재, 균열 등)을 감지하는 시스템도 구현했다.

스피랩의 기술은 단순한 예지 정비 시스템을 넘어선다. '음향 AI RainBow 프레임워크'는 멀티모달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통합하여 분석 성능을 크게 향상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음향·영상·신호 데이터를 스펙트럼 기반으로 분석해 개별 데이터 분석의 한계를 극복했다. 아울러 시계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설비 이상 징후도 빠르게 감지한다.

엣지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AI 모델로 기존 대비 30~50% 성능이 향상됐다. 특히 스피랩은 블록체인 기반의 AI 암호·복호화 기술을 도입, 데이터 보안성을 강화했다. 민감한 설비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도 AI 분석의 신뢰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사진=스피랩]

스피랩은 이미 다수의 정부 R&D 프로젝트와 협업하며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2023년에는 중소기업벤처부 시범 구매 제품으로 선정됐고, 2024년에는 벤처나라 등록과 공공기관 실증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실적을 냈다. 또한, 해외 PCT 특허 등록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보해 기술 수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스피랩의 기술은 단순히 산업 설비 관리에 국한되지 않고 스마트 시티, 국방, 재난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 드론과 로봇에 내장된 레이판 기술은 화재 감지, 교량 상태 모니터링 등 공공 안전을 위한 솔루션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다각적인 응용 가능성은 스피랩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스피랩의 비전은 단순 설비 고장 예측을 넘어, 사회적 사고와 긴급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고 더 인간 중심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산업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하며, 환경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스피랩의 사례는 기술 혁신이 어떻게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접근은 국내외 산업계와 공공 영역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엄정한 변리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후 코스닥 기업에서 프로그래밍과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20대 초반부터 창업에 도전했으며 현재 약 800개 이상 스타트업과 기술창업 기업이 고객인 BLT 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20여회 이상 엔젤투자 진행을 토대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공인 액셀러레이터 '컴퍼니비'를 창업해 역량 있는 스타트업을 돕고 있다. 저서로 '특허로 경영하라', '기술창업 36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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