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인생의 모든 것을 건 프로젝트에서 내쳐졌던 지난해는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위안을 준 건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에서 한 연설입니다. 애플에서 해고돼 힘든 시기를 겪었던 스티브 잡스가 '내가 하는 일을 무척 사랑한다'며 다시 도전했듯, 블록체인 게임은 제가 해야 할 일이며 가장 사랑하는 일생일대의 과제라고 믿었습니다."
"현재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의 압도적 1위는 위믹스입니다. 그러나 1년 후가 될지, 더 걸릴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출시 게임과 흥행작, 게임 이용자 숫자, 토큰 거래량 등의 지표에서 1위를 달리는 지배적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위믹스의 아버지'로 불리며 한국은 물론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한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가 블록체인 게임 도전 '2막'을 열었다. 지난해 3월 갑작스레 위메이드 대표직에서 사임한 후 소식이 끊겼던 그는 작년 말 액션스퀘어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내정되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추후 액션스퀘어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것을 예고하며 사실상 '제2의 창업'을 시작한 상태다.
지난 9일 아이뉴스24와 만난 장현국 액션스퀘어 대표는 '전 세계 1등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장현국 대표가 그리는 그림은 공교롭게도 그가 위메이드 재직 시절 그렸던 청사진과 일치한다. 장 대표가 직접 만들고 주도한 위믹스를 뛰어넘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 셈이다.
그는 "지난 3월 갑작스럽게 업무에 손을 떼게 된 이후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지난 삶을 돌아보니 중국과 투자, 그리고 블록체인 세 가지를 잘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살펴보니 3월 이후 발전이 더디다는 걸 확인했다. 만약 모든 회사가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면 제가 설 자리는 없었을 것"이라며 "작금의 상황이 다시 사업을 시작하려는 제게 큰 기회를 준 셈"이라고 강조했다.
'위믹스' 뛰어넘겠다…1등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목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에 대한 장 대표의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한때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을 받았으나 여전히 빗장이 열리지 않는 국내 시장 환경과 '크립토 윈터' 등 대내외적 영향으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장 대표의 확신은 여전했다.
"블록체인 게임을 직접 해본 사람은 해봐서 부정적이고, 안 해본 사람 역시 부정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인식이 오히려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단순한 믿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에 조인하는 멤버들이 그저 저와 친해서일까요?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미르4' 글로벌에 이어 '나이트 크로우'까지 성공을 했어요. 한번은 운이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두 번을 성공했다면 그건 운이 아닙니다."
장 대표는 특정 파트너사와 손잡고 게임을 내는 퍼블리싱 형태가 아닌, 액션스퀘어가 제공하는 SDK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코인을 접목하고 게임 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오픈 플랫폼은 앞서 장 대표가 추진했던 '위믹스 플레이'도 아직 이르지 못한 단계로, 후발 주자인 그는 최대한 속도를 끌어 올려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첫 게임은 이르면 3월에 출시한다.
"우리가 게임을 고르는 게 아니라, 파트너사들이 저희 SDK를 통해 간편히 입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파트너사에 필요한 SDK 구현에 주력하고 있지요.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보면 알 수 있듯 플랫폼은 결국 선점이 중요한데요. 이를 위해 개발에 속도를 내 이용자가 게임을 플레이하고 코인을 소유 및 거래하는 데 집중하고 디파이(defi) 등은 우선순위에서 잠시 미뤘습니다."
질과 양 '두 마리 토끼' 잡는다…유명 IP 필수 조건 아냐
게임사와 이용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양과 질을 모두 충족하는 라인업 확보가 절실하다. 이 문제에 대해 장 대표는 양적 수요는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자고 제안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블록체인 게임을 선보일 곳이 없다고 우리를 찾아오는 경우 많았다"며 "양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수요가 있다. 질적인 게임 수급을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간 '꽌시'를 맺어온 중국 게임사들과 액션스퀘어의 최대 주주인 링크드, 액션스퀘어가 보유한 '블레이드' 등 여러 IP들도 추후 블록체인 게임화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중국도 한국처럼 자국 내 블록체인 게임이 불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곳이 많다. 이들을 통해 양질의 게임을 확보할 것"이라며 "액션스퀘어가 보유한 게임 IP와 링크드와 원유니버스 등과 함께 블록체인 게임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MORPG 장르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앞서 위믹스 플레이에서 대박을 낸 미르4와 나이트 크로우 모두 MMORPG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그는 "모든 게임이 블록체인과 어울린다고 믿지만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MMORPG가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의 주요한 장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저희가 찾는 게임도 MMORPG일 가능성은 높지만 마음처럼 될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다만 유명 IP가 블록체인 게임 성공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확언했다. 가령 '미르의 전설2' IP는 중국과 한국, 대만 등에서 흥행했지만 정작 미르4를 많이 플레이한 주요 국가는 필리핀, 브라질, 미국, 영국 등이었다. 장 대표는 "IP가 중요했다면 미르4라는 한국의 무협 MMORPG를 유럽과 미국, 베트남, 필리핀, 브라질 사람이 많이 플레이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나이트 크로우 역시 생소한 오리지널 IP 기반 게임"이라며 "블록체인 게임에 있어 IP가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 유명 IP보다는 블록체인 게임 자체를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이름은 '크로스'…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우선
장현국 대표는 액션스퀘어 대표 취임 이후 첫 공식 행보로 지난 7일 이더리움 기반 코인인 '크로스' 10억개 발행 소식을 알렸다. 크로스는 액션스퀘어가 선보일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의 이름이자 화폐 명이기도 하다.
"일반 동사인 크로스(cross)는 게임 안에 갇혀 있는 경제를 게임 밖으로 이끌고, 경계를 넘는 등 여러모로 블록체인에 가장 적합한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크로스를 내세운 코인이 시장에 없더군요. 그래서 바로 선점했습니다."
앞서 위메이드 대표 재직 시절 장 대표는 위믹스 가치 부양을 위해 대표이사 급여 전량을 위믹스 매입에 써 이목을 끈 바 있다. 이와 관련 장 대표는 오는 2월 예정된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크로스 세일즈에 본인도 직접 참여해 다량의 크로스를 구매할 계획이다.
그는 "과거에는 급여로 시장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했지만, 최근 가상자산 관련해 제도적인 진전이 생겨 이제 가상자산으로 급여를 주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좀 더 디벨롭해야겠지만 우리 회사와 코인이 자리를 잡는다면 직원들의 선택에 따라 현금이나 크로스, 또는 현금 70%, 크로스 30%를 지급할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제가 가장 먼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스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은 당장 계획에 없다고 했다. 글로벌 지향 서비스인 만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크로스의 모든 서비스는 글로벌용으로 한국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역시 글로벌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의 어프로치는 글로벌에 향해 있다"고 했다.
트럼프 2.0 훈풍 기대…새 사명은 'N'으로 시작
장 대표는 오는 20일 임기를 시작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 것이라는 세간의 분석에 동의했다. 트럼프 2.0 시대에 가상자산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수많은 코인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제도권에 편입된 코인은 새 기회를 맞지만 그렇지 못한 코인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직후 가상자산의 가격이 폭등했죠. 트럼프 2.0에서 큰 환경적 변화는 제도화라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친 크립토로 확립될 것이라는 방향성은 정해진 것 같은데요.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민감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장 대표는 이달 말 스위스 추크에 블록체인 재단을 설립한다는 복안이다. 스위스 추크는 세계적 이더리움, 솔라나와 같은 대형 알트코인 재단이 설립된 곳으로, 유럽의 가상자산 규제법안인 '미카(MicA)'의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규모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장 대표는 "진보된 가상자산 규제를 지키기 위해 스위스 추크에서 재단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추후 미국에서 미카와 유사한 규제가 도입된다면 한국에서도 관련 규제가 생겨나는 등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시프트업, 매드엔진 등 유수 개발사에 투자를 단행했던 장현국 대표 특유의 선구안은 액션스퀘어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었거나 블록체인 게임 분야에서 성공을 노리는 회사라면 모두 장 대표가 눈여겨볼 대상이다. 당장 다음 주에 첫 투자 발표 소식이 나올 예정이다. 그는 "당대에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었던 굉장히 훌륭한 개발팀"이라며 "이 투자 건 외에 올해 두 군데 정도 더 투자를 진행할 듯하다. 투자 규모도 수억원에서 100억원이 넘는 등 상황과 게임에 따라 각양각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명 변경도 예고했다. 오는 2월 초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안건이다. 달라질 구체적인 사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장현국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명이 알파벳 'N'으로 시작할 것이라는 힌트만 줬다. N은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게임사들을 상징하는 알파벳이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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