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男'에 마약 처방하고 마취환자 성폭행한 의사, 항소심서 '감형'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압구정 롤스로이스 男'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제공하고,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2심에서 감형받았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3부(부장판사 황진구·지영난·권혁중)는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준강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의사 염모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염 씨는 지난해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하고 도주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신모 씨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여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지난 2022년 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는 수면 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 10여 명을 상대로 500여 장의 불법 촬영물을 찍었으며 이들 중 일부를 성폭행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의사이자 마약류 취급업자인 지위를 변태적 성적 요구 충족 수단으로 악용했다. 피해자들이 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거나 기억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고 질타했다.

이어 "다수 피해자가 자해를 시도하고 자살 충동을 경험하고 있다. 상당수가 여전히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원심법원과 이 법원에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 씨에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은 이 사건으로 인해 충격받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판부는 "의사로서 수술 내지 시술보다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목적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에게 의료 행위를 빙자해 프로포폴 등을 투약해 수익을 올렸다"며 "마약류 취급에 관한 내용을 허위 작성했고, 이는 실질적으로 마약류 불법 판매와 다를 바 없다"고도 꼬집었다.

다만 염 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동종·유사 전과가 없다는 점, 신원이 특정된 피해자들을 위해 일정 금액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이유로 1심보다 1년 형을 감형했다.

한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도주치사) 혐의로 기소된 신 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도주치사 등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지난해 11월 대법원에 의해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