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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2025:배터리]불확실성 커져…수익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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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점유율 20%...3년만에 11.5%p나 떨어져
길어지는 캐즘에다 中에 밀려...美 통상 변화도 악재
비상경영체제...사업 리밸런싱·투자 효율화에 집중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하며 일부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며 정책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포트폴리오와 고객사 다변화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원가 경쟁력 확보와 제품 혁신을 위한 기술 리더십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 CTP'. [사진=LG에너지솔루션]

K-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대도 위태…3년새 10%P 이상 급락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10월 31.7%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1.5%p 급락한 것이다.

반면 중국 기업은 자국의 강력한 지원책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39.7%에서 53.6%로 높아졌다.

전기차 캐즘 현상이 장기화하며 배터리 3사의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누적 영업이익은 80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8250억원)보다 56.1% 급감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6199억원으로 50.4% 줄었고, SK온은 영업손실 7676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4분기에도 수요 회복 지연으로 이들 기업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소비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국내 배터리 업체에 악재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세계 모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이후 동맹국들과는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확대와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익성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직격탄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배터리 소재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흑연, 코발트 등 주요 원재료 공급망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2024년 1~10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사진=SNE리서치]

비상 경영 체제 돌입…사업 리밸런싱·투자 효율화 집중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투자 효율화와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7월 비상 경영에 들어간 SK온은 흑자 전환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고, 출범 이래 첫 희망 퇴직을 진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비용 절감과 인력 증원 최소화 등을 추진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11월 새 수장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최주선 사장을 선임하며 경영 쇄신에 나섰다.

캐즘 장기화에 대비해 전기차용 배터리 이외 사업 비중을 높이는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투자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 등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유휴 라인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ESS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7조2000억원을 투입해 애리조나주에 원통형 배터리 36기가와트시(GWh),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17GWh 규모로 공장을 건설 중이었다. 해당 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건설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GM과 함께 투자했던 '얼티엄셀즈' 미시간 3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GM의 지분을 완전 인수하고, 공급망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삼성SDI도 차세대 전력용 ESS 배터리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를 최근 미국에서 출시하는 등 ESS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고관세 정책과 탄소 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유럽 시장 반등에 대비해 현재 가동 중인 헝가리 공장 이외에 장기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SK온은 최근 현대차가 전기차 전환 과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개발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용 배터리 대응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보다 수익성은 낮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해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관람객들이 삼성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차세대 배터리 등 기술 우위 확보 총력…배터리 수장들 "기술이 경쟁력"

배터리 업체들은 기술 우위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삼성SDI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도 각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각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향후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각형 배터리 후발 주자이지만,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온도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주요 완성차(OEM) 고객사와 양산 시기 등을 논의 중이다. SK온 각형 배터리는 지난해 6월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중국 지리그룹에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그룹은 산하에 지리자동차, 스웨덴 볼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영국 고성능 차량 로터스 등 10여개 브랜드를 두고 있다.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30%가량 저렴하다. 향후 보급형 전기차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혁신도 지속 추진한다.

삼성SDI는 모든 소재를 고체로 만드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현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양산 계획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로 리튬황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를 점찍고 각각 2027년과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2배 이상 높인 리튬황 배터리로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각 배터리사의 수장들도 올해 신년사에서 기술력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엄중한 경영 환경일수록 더욱더 근본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는 '기술력' 중심의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 기술력 확보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기술이 희망"이라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슈퍼사이클을 준비하고 올라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연구개발(R&D) 경쟁력 제고를 강조하며 "차세대 전지·LFP·각형 폼팩터 등 제품 역량은 지속 강화하고, '이길 수 있는 차별화 제품기술'을 위한 자원 투입을 확대하겠다"며 "특허 경쟁력도 꾸준히 높여 수익을 낼 수 있는 우리만의 무기로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온 유정준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ESS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추진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셀투팩(Cell-to-Pack) 기술 고도화 등 미래 기술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며 "이는 전기차 시장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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