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상장 규제 강화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같은 대형사 스팩도 마땅한 합병회사를 찾지 못해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엔에이치스팩23호는 기한 내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미제출해 이날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1개월 이내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
앞서 케이비제21호스팩도 지난 17일 같은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KB증권이 스팩 합병에 실패한 건 2022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삼성스팩6호는 관리종목에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내일(24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스팩은 상장일로부터 36개월 이내에 합병하지 못하면 해산해야 한다. 앞의 세 스팩 모두 이 기한 내 합병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관리종목과 관리종목 지정 우려 종목으로 지정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스팩 소멸합병이 제도적으로 허용된 뒤 스팩 상장 수가 많이 늘었다"며 "반면 최근 들어 증시 환경이 악화하자, 비상장 기업들이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기 어려워지면서 상장에 소극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스팩 소멸 방식의 합병을 허용했다. 그간 비상장기업(실제 사업할 기업)이 스팩과 합병할 때 법인과 업력이 소멸하면서 불필요하게 과중한 업무가 생긴 걸 고려했다. 소멸합병을 허용한 이후 스팩 상장 수는 급증했다. 지난 2021년 스팩 상장 수는 20개에서 2022년 42개, 2023년 37개, 2024년 40개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달 20일 기준 코스닥과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각각 23%, 10%씩 하락했다. 증권사들이 상장한 스팩 수는 급증했지만, 시장 악화로 비상장 기업의 합병 수요는 줄어든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스팩 합병 시 증권사와 회계법인에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라고 경고한 영향도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고평가하는 관행을 비판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위해 엄정한 가치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수 있다는 걸 걸고 넘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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