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여기는 대단지여서 공용관리비가 저렴해야 하는데 커뮤니티시설 적자를 관리비에서 보전한다고 예전보다 부담이 커졌어요. 주변에 새 아파트가 들어선 후엔 입주 8년차인데 도색한다고 29억원을 넘게 들였다고 하고요. 가을 운동회 한다면서 700만원도 썼다고 합니다."
서울 마포구의 대장주 아파트이자 4000가구에 육박하는 초대형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입주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리비 부담이 늘었다는 것이 직접적 사유로 지목된다. 그런데 마포구청은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와 아파트 관리주체(관리사무소)가 적절한 절차 없이 각종 계약을 맺어 부실하게 관리하거나 용도에 맞지 않게 장기수선충당금이나 수선유지비 등을 사용했다며 경찰에 고발까지 했던 것으로 뒤늦게 나타나 입주민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마포구청은 입주민 민원이 집중되자 마래푸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벌인 끝에 무려 61가지에 달하는 지적사항이 나왔다며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6일 '아이뉴스24'가 단독 입수한 마포구청의 '공동주택 관리실태 종합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마래푸 입대의와 관리주체에 대해 행정지도 29건, 시정명령 20건, 과태료 10건(총 4500만원) , 환수 2건(2820만원) 총 61건에 달하는 지적을 쏟아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과태료 부과 등을 처분했고 필요한 사안은 지난해 말 경찰 고발 조치했다"며 "관련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입주민 A씨는 "경찰 고발 조치 이후 문제가 됐던 사안 22건은 지난 추석 전후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멀쩡한 승강기 고치고…지하 주차장 공사도 제대로 안해"
과태료 부과액이 가장 컸던 사안 중에는 장기수선충당금(충당금)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101동과 102동의 승강기 메인로프 교체를 긴급 공사로 분류해 충당금 약 4억2000만원을 썼는데, 불필요한 공사로 파악돼 시정명령과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국가승강기 정보센터에서 '양호' 상태로 평가 받은 승강기가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긴급 공사 기준에도 맞지 않았던 것이다. 멀쩡한 승강기를 고친다며 수억원을 쓴 셈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충당금으로 해야 할 수선공사 22건, 1억1945만원(집행금액)을 수선유지비로 쓴 것으로도 역시 과태료(1000만원)와 시정명령을 같이 받았다.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된 공사는 충당금으로 시행했어야 적절했다는 것이다. 또 2018~2023년 승강기유지비로 충당해야 할 공사 15건을 수선유지비로 쓰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입대의가 2억9000만원 규모의 아파트 외벽의 발광 다이오드(LED) 사인물 설치 공사 업체를 선정하면서도 부적절한 행위가 지적됐다. 앞서 진행하던 아파트 균열 보수와 재도장 공사업체인 정광이앤씨와 수의계약을 맺은 것이다. 엄연히 별개의 공사인데 동일성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같은 업체에 일을 맡겼다.
특히 입주민들은 입주 8년차에 29억8629만원(계약금액 기준)에 달하는 대규모 재도장 공사에 대한 불만이 컸는데, LED 공사까지 한 업체에 몰아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파트 외벽 공사 이후인 2022년 말부터는 6개월여간 단지 내 지하 주차장의 바닥 균열과 재도장 공사를 하기 위해 부영이앤씨와 9억여원에 계약을 맺어 시공했다. 대부분의 비용을 충당금으로 썼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시공하지 않은 점이 적발됐다. 마포구청은 종합 감사 보고서에서 "계약자인 부영이앤씨가 공사범위와 시공방법을 무시하고 임의로 공사해 부실, 조잡하게 시공됐다"며 "주차장의 전기차 주차공사 도장공사는 계약 근거의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작업일지나 공사 전후의 증빙사진, 공사 완료 후 감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관리주체는 필요한 경우 충당금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마래푸 관리주체 등은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제대로 원칙을 지키지 않아 단기간에 충당금 사용액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충당금 잔액은 5억1019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2021년 13억9753만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마래푸 입주민은 "지난해 9~10월 감사 받을 당시에는 충당금이 거의 '제로' 수준이었다고 하더라"며 "지난해 하반기 충당금 부과율을 높여 이달 초 기준으로는 11억원 정도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충당금 태부족 상태에 빠져 관리주체가 입주민에게 부과 요율을 급격히 높이는 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7월부터 충당금 부과 요율이 ㎡당 102.98원에서 지금의 152.01원으로 단숨에 47.5% 높아졌다. 당시 입대의와 관리주체는 입주민 동의율이 과반수를 넘었다고 했는데, 여기에 임차인 등 모든 입주민이 포함됐다. 주택 소유자가 내는 충당금은 사용동의를 받을 때 소유자로 한정해야 하는 규칙을 어긴 셈이다. 당시 투표한 임차인 등 사용자 219가구를 제외하면 동의율은 45.8%로 줄어든다. 실질적으로 요율 인상 안건은 부결됐던 것이다.
마래푸는 지난해 9월 장기수선계획에 대한 장기 조정을 하면서 관리주체의 검토 내용과 다르게 건물 내부와 바닥 관련 사안을 입대의에서 의결하면서 3억6240만원을 과다 계상해 과태료 2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커뮤니티시설 매월 4천만원 적자…전체 입주민에 부담시켜
충당금 문제 외에 관리비 낭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2020년 1억1514만원 규모의 아파트 외부 유리창 청소 용역비는 수선유지비를 활용해야 한다. 공용면적에 대한 청소 용도여서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파트 현관문이나 창 등 전용면적도 같이 청소한 데다, 용역비 중 1억1041만원은 관리비차감적립금으로 썼다. 나머지 472만원만 관리비로 지출했다. 구청은 중구난방 비용처리가 됐다며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관리비차감적립금은 아파트 관리로 발생한 이익의 일부 중 향후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쌓아놓은 자금으로 수선유지비 등 다른 용도를 위해 쓸 수 없다는 것이 구청의 설명이다.
사우나·피트니스·골프연습장 커뮤니티시설 운영 방식도 문제로 지적돼 행정지도를 받았다. 커뮤니티시설 운영비용은 실제 사용자 부담이 원칙인데 적자액의 43.3%를 전체 입주자에게 부담시켰다고 한다. 마래푸의 커뮤니티시설 3곳은 지난해 매달 평균 39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3월 뉴런라이프라는 업체와 계약을 맺어 3년간 커뮤니티 시설의 운영을 맡기면서 프로골퍼나 트레이너와 같은 강사들의 개인 레슨비·PT비용 등을 강사들이 직접 챙기도록 한 것도 규칙 위반이라고 구청은 밝혔다. 마포구청은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면 관리주체가 강사와 계약해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총 2820만원 규모의 환수 조치 2건도 포함됐다. 지난 2022년 계약한 조경업체가 고사목 제거와 수목 식재 공사로 2억6800만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약속한 기간보다 지연되고 계획대로 시공되지 않아 초과 지급 비용 1200만원을 돌려받으란 지적이다. 같은 업체와 계약한 단지 조경관리도 약속한 횟수보다 적어 1620만원을 환수하도록 했다.
◇"연임에 연임"…잦은 회의로 수당 과도하게 챙겨
구청의 감사 결과에는 입대의 운영에 대한 지적도 다수 포함됐다. 입대의가 일반적인 정기·임시회의는 물론 201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매달 2회씩 임원회의 135회를 개최해 총 4620만원의 수당을 별도로 챙겼다는 것이다. 마포구청은 보고서에서 "2019년 이후에는 과다한 회의로 지출한 비용이 전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행정지도했다.
한 입주민은 "입대의 회장은 8년 이상 재임하고 다른 입대의 구성원들도 연달아 연임하기도 했다"며 "다음달 17개 선거구에서 동대표를 뽑는 일정이 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입대의로 구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마포구청은 '공동주택 관리 규약 준칙'을 제정하면서 입대의 회장과 동대표의 임기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차기 입대의가 새 인물로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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