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이 모터스포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 'N 브랜드'에 이어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고성능 프로그램 '제네시스 마그마'를 공개하며 모터스포츠 공식 진출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모터스포츠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최첨단 기술 개발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방침이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최근 내구 레이스 중심의 모터스포츠 대회 참가를 공식 선언하고, 레이싱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을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우선 2026년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과 2027년 웨더텍 스포츠카 챔피언십(WTSCC) 등 내구 레이스 양대 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내구 레이스는 완주를 위해 속도와 내구성 등 우수한 차량 성능은 물론 드라이버의 유연한 주행 실력, 고도의 전략을 함께 요구하기 때문에 모터스포츠 중에서 가장 권위 있고 도전적인 경기로 알려져 있다.
내구 레이스에는 제네시스의 최고 등급 하이퍼카 클래스인 '르망 데이토나 하이브리드(Le Mans Daytona hybrid, LMDh)' 기반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출전할 예정이다. LMDh는 국제자동차연맹(FIA)과 국제 모터스포츠 협회(IMSA)가 공동으로 만든 레이스카 제작 규정으로, 해당 차량은 WEC와 WTSCC에 모두 참여 가능하다. 제네시스는 LMDh 기반의 프로토타입 제작 시 세계적인 레이스카 제조사 오레카(Oreca)와 협업을 진행하는 등 보다 경쟁력 있는 차량 제작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는 모터스포츠 참가를 통해 우수한 고성능 차량 개발 기술력을 선보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글로벌 디자인 본부장(CDO)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사장은 "제네시스의 모터스포츠 진출은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 중 하나"라며 "매 순간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모터스포츠는 우리에게 하이퍼스피드 정신을 가지게 해주면서, 대담하고 진보적인 브랜드를 추구하는 제네시스의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기에 앞으로 함께 그려 나갈 미래가 상당히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월드랠리팀은 올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서 팀 사상 처음으로 드라이버·코드라이버 부문 우승을 거머줬다. WRC 재진출 10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아울러 현대차 월드랠리팀은 시즌 총 558점을 획득해 제조사 부문 종합 2위에 올랐다.
WRC는 FIA가 주관하는 세계 최정상급 모터스포츠 대회다. 양산차를 기반으로 한 개조 차량으로 1월부터 11월 사이 세계 각국을 돌면서 포장도로에서부터 비포장도로, 산악 지형까지 각양각색의 환경에서 랠리를 펼친다. 트랙 레이싱과 달리 경기 환경이 제각각이어서 차량의 내구성과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는 정비 능력이 경주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 2003년 WRC를 기권했다가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WRC 재도전을 공언했고, 2014년에 복귀했다. 진출 초기에는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2019년과 2020년 제조사 최초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WRC에 참여하며 꾸준히 고성능차 개발에 투자했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첨단 기술을 양산차에 접목하고 있다. 현대차의 고성능 'N'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현대차가 모터스포츠 경험과 기술을 집약한 '아반떼 N TCR' 에디션을 국내 출시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지난 2017년부터 TCR(Touring Car Racing) 월드 투어'는 자동차 제작사가 경주용 차량을 제작해 각 레이싱 팀에 판매하는 형식의 모터스포츠다. 현대차는 TCR 월드 투어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개발한 주행 성능 개선 품목과 내외장 상품을 아반떼 N TCR 에디션에 적용했다. 이 외에도 전기차 '아이오닉 5 N' 등 모터스포츠 기반의 기술을 담은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모터스포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고성능 차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훌륭한 고성능차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양산차 품질의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2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레이싱 분야에서도 톱티어(Top-tier)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 회장은 "N 브랜드 통해서 저희가 레이스 고성능차를 선보이는데, 한국도 일본도 마찬가지로 심장이 뛰는 자동차 운전에 대한 영혼을 가지고 계신 분들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토요타와 같이 레이스 분야에서도 잘해서 더 많은 분이 만족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모터스포츠 출전을 통해 얻은 노하우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양산차에 적용하고, 다시 이를 검증하기를 반복한다"며 "모터스포츠에서의 선전은 고객이 타는 차량의 기술력과 내구성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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