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을 활용한 경구용 비만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LP-1은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춰 소화 과정을 지연시킨다. 이러한 기전으로 식욕을 억제해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비만약 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킨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GLP-1 계열이다.
비만약 개발사들이 경구용 약물을 연구하는 이유는 비만 환자의 증가와 함께 관련 시장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비만 치료제는 주사제로 출시되어 편의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14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에 따르면, 전 세계 과체중 및 비만 인구 비율은 2020년 전체 인구의 42%(22억명)였으며, 2035년에는 절반을 넘어 54%(약 33억명)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0억달러(한화 약 27조원)로, 연평균 14.4% 성장해 2028년에는 373억달러(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구용 개발에 두각을 보이는 회사는 단연 노보노디스크다. 이 회사는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경구용 제제로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데이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개발되고 있는 경구용 약물 중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은 노보노디스크"라며 "승인 가능성은 35%"라고 했다.
미국 일라이릴리도 GLP-1 수용체를 활용한 경구용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오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2상에서는 평균 최대 14.7%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며 비만약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대표 비만약은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인데 위고비의 경쟁 상대다.
화이자는 한때 부작용 문제로 중단했던 GLP-1 계열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을 다시 시작했다. 이 치료제는 하루 두 번 복용하는 방식으로 임상 2b상을 완료한 상태이며, 현재 용량 최적화를 통해 하루 한 번 복용이 가능한 제제로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해 4월 미국 멧세라에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4개를 기술수출했으며, 이 중 'DD02S'가 최근 임상 1상 시험에서 투약되기 시작했다.
대웅제약은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에 이중 작용하는 경구용 비만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GIP는 인슐린 분비를 도우면서 동시에 지방 에너지 소비를 촉진해 지방 대사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일동제약의 경우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임상 1상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하면서 경구용 개발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많은 기업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체중 감량 효과는 대체로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편의성과 활용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