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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나이 '황혼 동시' 화제...의령 대의면, 여덟 할머니 삐뚤빼뚤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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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동시 짓기'…황혼 인생 희로애락 시에 담아

[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세월 가는게 겁이 난다 / 수술한 오른쪽 다리가 아파온다 / 가장 겁이 나는 건 내 식구들 밥 /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 / 내 세월 가니까 일도 겁이 난다"

여든 나이 황혼에 접어든 할머니들이 쓴 동시가 화제다.

최경자(79) 할머니의 '겁이 난다'라는 시는 아픈 내 몸도 걱정이지만 지금 당장 챙겨야 할 식구들 삼시세끼가 더 걱정이라는 할머니의 고단한 삶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지난 10일 경상남도 의령도깨비영화관에서 열린 소생활권프로젝트 성과공유회에서 할머니들이 쓴 동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경상남도 의령군]

삐뚤빼뚤 서투른 글씨로 때론 맞춤법이 틀리게 쓰인 할머니들의 시에는 황혼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한다.

12일 경상남도 의령군에 따르면 화제의 시는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 여덟 할머니가 쓴 동시로 지난 10일 의령도깨비영화관에서 열린 소생활권프로젝트 성과공유회에서 소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의령군은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주민참여형 소생활권 활성화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돼 대의면 지역활성화를 위한 다채로운 주민 주도 참여 활동을 1년간 추진했다.

최경자(79) 할머니의 시 '겁이난다'. [사진=경상남도 의령군]

"날이 새면 들에 가고 싶다 / 밤에 무슨 일이 있나 나의 열매 보러 가는 중이다 /

/ 나의 마음은 벌써 가 있는데 / 나의 발걸음은 제자리를 맴돈다 / 세월은 야속하게 지나가 어느새 황혼이구나"

김갑순(80) 할머니의 '황혼'이라는 시다.

김갑순(80) 할머니의 시 '황혼'. [사진=경상남도 의령군]

들에 나가는 평범한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지만,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는 몸에 대한 속상함, 그리고 세월의 빠름을 한탄하는 심경을 담담히 담아냈다.

"50그루 밤들이 골짜기 산 밑에서 나를 기다린다 / 멧돼지가 밤을 다 파먹었을까 봐 겁이 난다/ 그래도 나는 간다 / 창원 사는 나의 자랑 큰아들에게 밤 나눠주러 나는 간다"

노시점(80) 할머니의 '밤농사 자식농사'라는 시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노시점 할머니의 시 '밤농사 자식농사'. [사진=경상남도 의령군]

강차숙 '나의 바램', 김선악 '내칭구 최정자', 김정임 '일상', 민은숙 '가을', 정곡자 '자식생각' 등의 할머니 동시도 팔십 넘게 살아온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됐다.

이번 할머니들의 동시는 동화작가 박혜수(30)씨가 2년 전 자녀 4명과 가족 6명이 대의면으로 전입하면서 시작됐다. 작가로서의 끼가 발동, 할머니들에게 '나만의 동시 짓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온 결과물이다.

동화작가 박혜수씨가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 여덟 할머니에게 동시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경상남도 의령군]

박혜수 씨는 "할머니 대부분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처음에는 어렵다고 했지만 금세 적응하셨고 재밌다 하셨다"며 "오래된 삶의 여정을 반추하시면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고 유추하면서 멋진 시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소생활권 활성화 프로젝트가 전입 주민과 지역 어르신이 융화돼 지역 활력을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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