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지켜라"…LG화학 특허 분쟁 '점입가경'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LG화학이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관련 용도 특허 회피 소송의 항소심 결과를 앞두고 있다. 만약 LG화학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제미글로 제네릭(복제약)의 시장 진입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중립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2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개발한 제19호 신약 제미글로의 용도특허 관련 항소심 결과가 오는 19일 나올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보령, 제일약품, 삼천당제약, 셀트리온제약, 대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등이 지난해 5월 제미글로 용도 특허 회피 무효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셀트리온제약이 올해 7월 처음 승소했고, 9월에는 보령 등 5개 제약사가 승소를 거뒀다. 이에 LG화학이 항소심을 제기했고,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제미글로는 국산 최초 당뇨병 의약품으로,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대표 효자 품목이다. DDP-4 억제제 계열에 속하는 제미글로는 지난해에만 1440억원 상당 매출을 기록했으며, 관련 시장 점유율은 2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DP-4는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크레틴을 분해하는 효소로, DDP-4 억제제는 이를 막아 인크레틴의 효과를 지속시켜 혈당을 낮추는 기전을 갖췄다. 재미글로는 경구 복용이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제미글로에 등재된 특허는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용도특허는 2039년 10월, 물질특허는 2030년 1월, 결정형 특허는 2031년 10월에 각각 만료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제약 등이 LG화학을 상대로 제미글로 용도특허 회피 무효심판을 제기한 이유는, 제네릭(복제약)을 조기에 출시해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려는 데 있다. 이들 제약사 입장에서는 물질특허와 결정형 특허의 존속 기간이 끝나도 해도 용도특허를 공략하지 못하면 8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제약 업계에서 신약 특허분쟁은 드문 일이 아니다. HK이노엔의 경우 자사의 대표 의약품 '케이캡'의 특허 방어에 일부 성공했다. 케이캡의 주요 특허는 크게 2가지로, 오는 2031년에 만료하는 물질특허와 2036년에 만료하는 결정형 특허로 나뉜다. 특히 물질특허 존속 기간은 의약품 연구개발에 소요된 기간을 인정받아 기존 2026년에서 2031년까지 연장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네릭 개발사들은 케이캡 물질특허에 대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으나, HK이노엔은 물질특허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특허분쟁은 제네릭 회사들의 시장 진입 의지와 원개발사의 독점적 지위 유지를 위한 전략이 충돌한 결과다. 제네릭 회사들은 특허 기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켜 더 저렴한 의약품을 출시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목표다. 반면 원개발사는 특허 보호 기간을 연장해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립적인 반응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원개발사가 신약 개발을 위해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만큼 특허 보호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환자를 위해 약가를 낮춰 다양한 제네릭이 출시된다면 내수 시장 또한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