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발표로 인한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비상 체제를 가동한 가운데 떠난 경상남도 의령군의회 소속 군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본지 2024.12.09일자="비상시국에 해외 출장이라니"...의령군의회, 외유성 해외여행 의혹 '논란' 보도>
특히 이들이 떠나는 당일(9일) 국민의힘 중앙당은 '시국 관련 행동수칙 안내의 건'이라는 공문을 각 시도당과 지역 당원협의 및 시도 선출직 공직자에게 하달했지만, 무용지물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집권여당의 위엄과 권위가 실추됐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11일 <아이뉴스24>가 입수한 공문에는 '시도당 위원장 및 당협위원장, 선출직공직자 등 해외출장 자제'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언행 자제', '과도한 음주 등 품위 손상 행위 자제', '불필요한 공개활동 및 사적모임, SNS 글 게시 자제' 등 4가지 안이 담겼다.
특히 국민의힘은 "현 시국이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각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주요당직자를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들은 행동수칙을 참고해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당 지침은 이들이 떠난 뒤 곧바로 지역 당협위원회 당직자로부터 소속 군의원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이들은 중앙당의 지침에도 아랑곳없이 해외연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의령군의회(국민의힘 7명·무소속3명)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민의힘을 겨냥한 강한 비난이 따른다. 특히 지역구 당협위원장인 박상웅 국회의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다수인 군의회 구성상 박 의원이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이에 더해 박 의원의 어설픈 정치력이 밑천을 드러내면서 소속 군의원에게조차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당 소속 당원들의 일침도 예사롭지 않다.
지역 당원 등은 "국회 등 중앙정치권을 중심으로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 관련해 사태 수습에 혈안이 돼 있는데 군의원 등이 한가로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박상웅 의원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원 및 지역 주민들께 사죄하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인물의 고장 의령군의 위상을 심각히 손상한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들을 전원 당 윤리위에 회부해 제명처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노조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의령군지부는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군의회를 겨냥해 "국가 비상 시국에 해외 출장이라니···정신줄 놓은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무원노조는 "경남도의회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엄중한 시국 상황에서 긴밀한 대응과 도민 안정을 위해 계획됐던 모든 공무 국외 출장을 전면 취소했다"며 "이것이 전국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별하게 의령군의회 의원들은 일본에 건너가 우리나라를 바라보며 시국 상황을 걱정하려 했는가?"라며 "군민과 공무원들은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군의회를 향한 군민들의 비난도 거세진다.
지난 9일 한 주민은 의령군 홈페이지에 이들을 규탄하는 글을 올렸다. "이 시국에 국민은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나라를 걱정하는데 저 사람들은 자격이 없다. 군의원들의 여권 말소를 청원한다"고 성토했다.
지역 농민회장은 "잦은 물의를 빚고 자신의 이익만 쫓으면서 갈등만 양산한 군의회가 결국 군민까지 부끄럽게 하는 일을 했다"며 "국민은 매일 추위 속에 촛불을 드는데 이 시기에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내란을 저지른 세력들과 함께 의령군의원도 탄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지역 당협위원회 한 당직자는 "해외 출장 소식을 전해 듣고 일부 당 소속 군의원에게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 등으로 비상시국인 점을 설명하고 출장 취소를 권고했지만 이들이 안하무인격으로 강행했다"며 "아마도 이번 사태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당에서 응당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지 않겠냐"고 밝혔다.
김만겸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중앙당의 지침대로 당 소속 군의원에게 행동수칙 공문을 보내 즉각 귀국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뉴스24>는 서일준(국회의원) 국민의힘 경남도당위원장과 박상웅(국회의원) 지역 당협위원장 등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지난 9일 경남 의령군의회 김규찬 의장 등 군의원 10명과 의회사무처 직원 6명 등 16명은 김해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다.
이들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나리타(成田)와 요코하마(横浜)·긴자(銀座)·오사카(大阪)·간사이(関西) 등 주요 도시를 둘러보고 오는 13일 입국할 예정이다. 오사카성, 다이센 일본정원 등 관광지도 방문한다.
출장 경비는 의원 10명, 직원 6명 등 16명의 체재비(일비·식비·숙박비 포함)로 총 4500여만원이다. 이 가운데 자부담은 55만원 정도고 나머지는 군의회 예산으로 충당한다.
의령군의회는 김규찬 의장, 오민자 부의장, 김창호 산업건설위원장이 무소속이다. 나머지 조순종 운영위원장, 황성철 자치행정위원장, 김봉남·김판곤·주민돈·윤병열·김행연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중 오민자 부의장은 지난 2022년 7월 치러진 의령군의회 전반기 의장선거에서 국민의힘 당론을 어기고 무소속 김규찬 의장에게 투표한 것이 드러나 탈당권고인 형태로 사실상 제명됐지만, 박상웅 의원이 재입당을 받아주면서 현재 중앙당 심의 과정에 있다.
/의령=임승제 기자(isj20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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