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 주택 분양시장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집단대출 등 대출 규제 문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인데다 향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주택정책 기조가 바뀌며 세부담 등의 여건이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의 분양 예정 물량은 총 30곳 2만1736가구다. 수도권이 1만2914가구, 지방이 8822가구다. 분양시장에 물량을 내놓는 주택건설 주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인해 수요자들의 심리가 움츠러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다만 정치상황 급변으로 인한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 6일에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아크로 리츠카운티'의 견본주택이 예정대로 개관하는 등 임박한 분양 일정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주택사업을 오랜 기간 준비해온 입장에서 자금흐름이나 금리부담 등의 요인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수요자들로서도 청약을 눈여겨본 물량을 놓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2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16.2포인트(p) 하락한 82.0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25.4p(108.8→83.4) 하락할 것으로, 비수도권은 14.2p(95.9→81.7) 하락 전망됐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주택사업자가 더 많다는 뜻이고 반대로 100을 밑돌면 부정적 전망이 많다는 뜻이다.
아직 비상계엄 이후의 정치적 이슈가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망치가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신규 분양 아파트 중도금 및 잔금 대출 규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자 당선 이후 관세 부과, 달러 강세 현상이 영향을 끼쳤다.
문제는 중장기적 흐름이다. 원화 약세와 대외 신인도 하락 등으로 국내 경기침체가 심화할 경우 내수시장의 중요한 축인 주택분양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주요 리스크로 지목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질 수 있고, 이로인해 집단대출 허들 강화 등 금융정책이 보다 보수화할 것이란 점에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시장은 정책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향후 (현 정권 과도기나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과 은행별로 대출 문턱을 높였는데, 이 추세는 거스르기 힘든 방향으로 지적된다. 내년에도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폭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원칙 하에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단대출을 죄면서 입주단지마다 입주예정자들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2금융권 등지로 풍선효과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이 주택시장의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청약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예상치 못한 선거 일정이 발생하면 그 전후로 분양을 하기가 부담스러워 분양 일정을 조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분양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동산세제와 관련한 변수도 분양시장엔 영향을 줄 요인으로 지목된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공제폭 확대는 여야가 이견을 논의할 여유가 없는 탓에 사실상 정부가 예고한대로 상속세 완화 계획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되돌리는 정부의 '현실화 계획 수정 방안'은 부동산 공시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역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새 정부의 기조에 따라 분양시장에 영향을 줄 부동산 정책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분양시장에는 적잖은 부담이다.
박 대표는 "향후 들어설 새 정부가 중장기 주택공급 정책을 손질하게 된다면 신규 분양사업 추진에 난맥상이 생기며 공급 부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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