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 A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자사 가맹점주로부터 챙기는 유통 마진은 전체 매출의 17.2%다. 점주단체들이 주장하는 적정 유통 마진(5~8%) 수준보다 몇 배 높다.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 팔 때마다 가맹본사가 3440원씩 가져가는 꼴이다. 이 가맹본부가 가맹점 한 곳에서 떼어가는 유통 마진은 연평균 약 1억원에 달한다. 본사가 챙기는 유통 마진, 배달앱에 내야 하는 수수료, 급증한 원재료·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남는 게 없다. '죽지 못해 산다'는 푸념이 점주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가맹본부가 유통 마진, 즉 '차액가맹금'을 과도하게 챙긴다는 지적은 A 프랜차이즈에만 따라붙는 꼬리표가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6개 가맹본사의 유통 마진은 가맹점당 매년 평균 5468만원이다. 이는 전체 가맹점 평균 연 매출의 10.8% 수준이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상품, 원부재료 등에 추가로 얹는 마진이다. 예를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원가 4000원짜리 닭 한마리를 가맹점에 5000원에 납품할 경우 차액가맹금은 1000원이 된다.
본부가 차액가맹금을 받는 건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업계의 오랜 관행에 가깝다. 문제는 차액가맹금을 많이 챙기기 위해 마진율을 크게 높이거나, 점주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늘려 폭리를 취하는 '갑질' 행위가 빈번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점주가 차액가맹금 규모를 정확히 알기 어렵게 '깜깜이 계약'을 하는 경우도 적잖은데, 이 경우엔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최근 2심 재판부로부터 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은 한국피자헛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피자헛은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지만, 판결 이후 배스킨라빈스·bhc·두마리찜닭 등 일부 프랜차이즈 점주들도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검토하는 등 줄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피자헛발 줄소송 사태가 현실화하더라도 현 상태에선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가 일부 프랜차이즈 본부의 일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국내 업계의 기형적 행태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선진국으로 꼽히는 국가에서 가맹본부들은 '로열티'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다. 검증된 노하우를 본부가 점주에게 제공한 대가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로열티로 매출의 4~12%를 받는 대신 물류 마진 비용을 최소화한 가맹사업 체계가 보편화돼 있다. 로열티 제도 하에서는 가맹점 매출이 증가해야 본부와 점주의 수익이 동반 증가하기에, 모두가 가맹점 매출 증대를 최우선 목표로 둔다.
이와 달리 대다수 국내 프랜차이즈는 로열티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최소한만 받는다. 프랜차이즈 도입 초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로열티 도입을 주저했기 때문이다. 결국 필수품목과 인테리어 비용 등에서 발생하는 마진으로 돈을 버는 왜곡된 사업 구조가 뿌리내렸다. 본부가 수익을 높이려면 차액가맹금을 많이 떼거나, 필수품목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수입 구조 아래서 본부는 기존 가맹점의 매출 증대보단 가맹점 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국내 시장은 프랜차이즈 선진국 대비 가맹점 수는 많지만, 가맹점당 매출은 적은 기형적 구조를 띠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8만6314개로, 당시 총 인구(5167만2569명)를 토대로 따져 본 인구 10만명당 가맹점 수는 약 553.6개다. 2022년 국내 가맹점당 평균 매출은 3억5060만원이다.
같은 기간 미국 프랜차이즈협회(IFA) 레포트에 기재된 미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79만492개다. UN이 추산한 당시 미국 총 인구(3억3480만5269명)를 적용해 계산하면 인구 10만명당 가맹점 수는 약 237개로 한국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반대로 IFA가 추산한 2022년 미국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평균 매출은 약 104만3531달러(약 14억8285만원)로 4배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업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로열티 구조로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 인센티브를 강화하거나, 가맹본부 및 가맹점 비용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갑을관계의 상호발전적 재정립을 위해서는 정률 로열티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필수품목 관련 분쟁이 없는 대신, 외식업 가맹점들이 10% 이상의 로열티와 2%가량의 마케팅비를 낸다. 이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본부는 물론 가맹점주와 예비창업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수적이다. 로열티 제도 도입을 꺼리는 건 가맹본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로열티 제도 정착은 가맹본부가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가맹점주, 예비창업자들도 무형의 가치에 대가를 지급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프랜차이즈가 뭔지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라며 "창업 교육 과정에서 프랜차이즈에 대한 교육이 정확히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 역시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업계가 로열티 제도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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