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AI 다윗' 업스테이지, 실리콘밸리에 도전장 [AWS 리인벤트 2024]

[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생성형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텐데 글로벌 시장의 0.1%만 차지해도 한국 시장에서보다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현재 그 가능성이 보이고 있죠."

4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24'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차세대 AI 모델 '솔라 프로'의 AWS 베드록 마켓플레이스 출시를 알리며 이렇게 자신했다.

◇ 세이지메이커로 성능·효율↑

지난달 개발을 마친 솔라 프로는 AWS 베드록 마켓플레이스 입점과 동시에 공개하기로 했다. 업스테이지 경영진은 베드록 마켓플레이스 입점을 "신라면세점에 입점한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며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220억 개의 매개변수를 보유한 솔라 프로는 이전 버전인 솔라 미니(107억 매개변수)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특히 깊이 확장 스케일링(Depth-Up Scaling, DUS) 기술을 활용해 성능은 50% 이상 높이면서도 모델 크기는 컴팩트하게 유지했다. 이를 통해 단일 그래픽처리장치(GPU)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이 기술이 없었다면 동일한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4배 이상 큰 모델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AWS와의 협력은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업스테이지는 AI 모델 개발·배포 서비스 '아마존 세이지메이커'를 활용해 개발 효율을 10배 향상시켰다. 특히 고급 데이터 전처리와 지속적인 사전 학습 기법을 통해 학습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여기에 자체 설립한 '1조 토큰 클럽'의 한국어 특화 데이터를 활용해 문화적 이해도를 높이고 AI 환각을 줄였다. 가격도 유사 규모 모델의 5분의 1 수준으로 책정했다.

박은정 업스테이지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기업용 AI 시장을 주목했다. 웹상의 데이터보다 기업들이 보유한 '딥웹' 데이터가 10배 이상 크다. 기업용 시장은 마치 '딥웹'의 포지션에 있다"며 "우리는 이 시장에서 기업용 챗GPT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B2B 시장에서 고객들의 눈높이는 최소 GPT4 수준이지만, 솔라는 특정 분야에서 이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어는 물론 금융, 법률 헬스케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CTO는 "일반적인 도메인보다는 산업 특화를 앞으로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며 "특히 기업들이 보유한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와 문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은 솔라 프로를 아마존 베드록의 통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안전하게 통합할 수 있다. 가드레일과 에이전트와 같은 툴을 활용하며 내장된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활용해 생성형AI 설루션 구축도 가능하다. 고객이 원하는 모델을 찾은 후에는 확장 요구 사항에 맞는 적합한 인프라를 선택하고 완전 관리형 엔드포인트를 통해 AWS에 쉽게 배포할 수 있다.

◇ 글로벌서 잇단 '러브콜'

업스테이지의 성장 가능성은 이미 입증됐다. 지난 4월 출시한 솔라 미니는 미국 시장 진출 6개월 만에 인텔, 포 바이 쿼라, 유닷컴 등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인텔은 이미 온디바이스 LLM을 공개했고, 국내에서도 로앤컴퍼니, 신한투자증권 등과 협력하며 법률·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내년 초 새로운 버전의 '솔라 미니2'와 문서처리 설루션 '솔라박스'도 선보인다. 특히 솔라박스는 수개월이 걸리던 문서처리 작업을 하루로 단축시킬 수 있는 완제품이다. 여기에 도큐먼트 멀티모달 모델도 내년 중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과제도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다.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초거대 모델부터 초소형 모델까지 제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현재 업스테이지는 미스트랄AI, 코이어 등을 주요 경쟁자로 보고 있으며, AWS 베드록 마켓플레이스에서 솔라 프로는 이들과 함께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비영어권 기업의 기초기술 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 CTO는 "야구에선 1부 리그에만 살아남으면 꼴등을 하더라도 중계권이 달라진다"며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생존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CPO는 "글로벌 시장에선 우리를 알리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며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