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그간 국민의힘 내부 난맥상으로 꼽힌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계파간 간극은 비상계엄 해제 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친한계 의원 상당수가 계엄 해제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친윤계 의원 대부분은 표결에 불참하거나 국회 바깥에서 머물렀다.
4일 오전 1시께 급박하게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 동의안은 재석 190인 전원 찬성 의견으로 가결됐다. 이중 여당 의원들은 곽규택·김상욱·김성원·김용태·김재섭·김형동·박수민·박정하·박정훈·서범수·신성범·우재준·장동혁·정성국·정연욱·주진우·조경태·한지아 의원 총 18명이었다. 대부분 친한계 의원들이었다.
그 시각 친윤계는 대부분 당사 등 국회 밖에 위치했다. 원내를 총괄하는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안에 있었으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사에 있는 분(여당 의원)들과 소통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의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본인은 본회의장에 있었음에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불참은 제 판단"이라고 했다. 또 '그 판단이 맞다고 보나'라는 말에도 "그렇게 판단한 것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부연했다.
추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소통 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같은 그의 행동에 불만을 제기하는 여당 인사들은 여럿 나왔다. 계파색이 뚜렷지 않은 초선 김상욱 의원은 추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의원총회 개최 장소 공지를 계속 변경했다며, "추 원내대표가 의원들이 국회에 못 들어가게 계속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추 원내대표의 모든 행위들이 국민들께서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친한계로 꼽히는 6선의 조경태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원내대표가 문자로 여러 차례 소집 장소를 바꾸며 의원들 사이 혼란이 불거졌다. 계파를 떠나 비상계엄에 대해 찬성하는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 내 친윤계는 '윤석열 대통령 탈당·내각 총사퇴' 요구를 결의한 이날 오전 최고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같이 당내 계파 갈등이 초유의 계엄 해제 과정에서도 드러난 만큼, 향후 정국 수습 방안 논의 과정에서도 친윤계와 친한계가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친한계로부터는 계엄 해제 과정에서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추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야권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에 들어갈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탄핵은 불가피하다'는 친한계와 이를 막아서려는 친윤계가 극렬히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