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SDI 최윤호 사장이 28일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사장급으로 신설된 경영진단실의 초대실장으로 발령난 것은 그룹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게 중요한 이유지만, 그 배경에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약화가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위기 타개책 가운데 하나로 컨트롤타워 복원을 제안한 이유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삼성 그룹이 연루되고 이재용 회장이 곤욕을 치르면서 그동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미래전략실이 정경유착의 뿌리라는 게 사회의 일반적인 지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컨트롤타워를 해체한 뒤 삼성 그룹의 경영이 구심점을 잃고 반도체를 비롯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 내에 사업지원TF가 그 역할을 일부 해왔지만 한계를 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단일회사인 삼성전자 사내 조직이기 때문에 전체를 관장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전체를 관장하려 할 경우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삼성글로벌리서치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단실을 신설하면서, 그 성격을 '인하우스 컨설팅 조직'이라고 한 점이 주목된다. 경영진단실이 과거 미래전략실과 달리 상명하달식의 절대 조직이 아니라 데이터와 팩트를 중심으로 조언하고 협의 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당분간은 사법리스크 등을 포함해 이재용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역할을 분담하고 긴밀하게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그룹 '컨트롤타워 2.0' 시대를 위한 밑그림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 사장이 계열사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고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로 이동한 걸 두고, 삼성 내부에선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조직을 맡게 됐다"는 반응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각 관계사에 경영진단팀이 있긴 하나,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자체 진단을 하기 어려우니 체계적 진단이 가능한 '인하우스 컨설팅 조직'이 필요했다"며 "여러 관계사들이 경영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런 구상에 따라 최윤호 삼성SDI 사장을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으로 발령하면서 전자 계열사 대표를 연쇄적으로 이동시켰다.
삼성은 이날 최윤호 삼성SDI 사장을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신설된 경영진단실장으로 발령하고, 그 빈 자리에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동시켰다. 또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는 이청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시켜 맡겼다. 삼성 3대 전자 계열사 가운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만 제외하고 모두 수장을 교체했다.
최윤호 사장은 미래전략실 전략팀, 사업지원TF,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삼성SDI 대표이사를 거친 '전략통(通)'으로 손꼽힌다. 2021년 말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아 지난해 배터리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신임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거쳐 삼성 메모리사업부에서 디램 개발실장으로 일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가 된 이청 사장은 1966년생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쓰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삼성SDS의 경우 이준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부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공을 들였던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통신장비 수주에 힘을 보탰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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