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미국·대만 반도체 만들 때 한국만 강제퇴근"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고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반도체 특별법의 가장 큰 쟁점인 '주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해 산자위 법안소위 절대다수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대한다"며 "민주당 법안소위 위원님들 특히 지도부에게 요청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의원은 "반도체 R&D(연구개발)는 미세공정, 고밀도 집적회로 설계 등 기술난이도가 높고, 제품 개발 시수율 및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시간 근무가 불가피하다"며 "고객별 커스터마이즈드(맞춤형)된 다수 제품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야 하기에 핵심 엔지니어들의 경우 근로 시간 유연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 완제품을 위해서는 1000단계 이상의 공정이 필요하며 각 단계가 상호 의존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근무시간 제한으로 만약 한 단계라도 업무가 중단되면 이후의 모든 단계가 실패해 큰 손실이 발생한다"고 했다.

미국, 대만, 일본 등 해외 선진사들이 유연 근무제'를 일찌감치 시행하고 있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 기업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주52시간을 맞추느라 강제로 퇴근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고 의원은 "2022년 오픈 AI의 챗GPT 출현 이후 메모리의 중요성의 더욱 커지고 있으며 (메모리는)우리나라가 가장 독보적으로 잘하는 분야"라면서 "앞으로 5년 이내에 첨단 메모리 기술의 발전이 요구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지금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주52시간 예외 조항은 상임위 법안소위 차원에서 결론 짓기가 다소 힘들어 보인다. 여야 지도부의 결단으로 하루라도 빨리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거듭 요청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받아 든 후 우리나라 주 산업인 반도체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R&D 인력 등 일부에라도 주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영계를 중심으로 다시 제기됐다.

국민의힘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 등 재정 지원,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두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R&D 종사자에 대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전문직 근로 시간 규율 적용 제외) 조항의 삭제를 논의 중이다.

국민의힘은 '주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은 연구개발 인력의 유연 근무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첨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화이트칼라 면제 조항 없이도 근로기준법상 선택근로제와 탄력근로제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근무 유연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