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시키신 분"...'시성비' 전쟁 커진다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최근 이커머스를 넘어 대형마트, 뷰티업체, 가전·가구업체까지 즉시·당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나섰다. 소비자들이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시성비는 가격이나 품질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생긴 신조어다. 베스트셀러 서적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올해 키워드로 꼽은 '분초사회'와 비슷한 맥락이다. 분초사회는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면 산다는 의미다.

시성비의 핵심은 '속도'. 예를 들어 '가성비' 제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시간을 절약해 다른 데 쓰는 효용이 더 크다면 최저가 탐색을 포기하는 식이다.

이에따라 유통가에서는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기보다 시간을 아껴주는 '퀵커머스' 시장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당초 퀵커머스 시장은 배달 음식 시장과 같은 의미로 여겨졌다. 퀵커머스는 통상 1~2시간 이내에 물품을 받는 서비스인데, 음식이 아닌 식자재나 공산품은 빨라도 반나절 혹은 익일 배송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배달비를 내더라도 상품을 빨리 받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대형마트, 뷰티업체, 가구·가전업체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일부 매장에서 초밥, 삼겹살 등 일부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GS리테일도 자사 앱을 통해 즉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GS25 1만5000여개 매장과 GS더프레시 500여개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도 TV·냉장고·김치냉장고 등 3개 품목을 오후 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배송·설치해주는 '오늘 설치' 서비스를 내놨다. 삼성전자도 가전에서 모바일까지 구매 당일 설치가 가능한 '오늘 보장' 서비스를 수도권에서 시작했다. CJ올리브영은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주문 상품을 당일 3시간 이내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로 매출 증대 효과를 냈다.

먹거리에서도 시성비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GS샵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TV홈쇼핑, 데이터 홈쇼핑, 라이브 커머스, 모바일 앱 등에서 판매된 상품 주문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갈비탕, 순살 고등어, 탕수육 등 간편식 매출이 12% 늘었다. 4월부터 선보인 '궁키친 이상민' 간편식은 11월 말까지 누적 주문액 100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분 단위'를 다투는 배송 속도전이 격화되면서 배달 기사의 업무 위험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퀵커머스가 취급 품목이 생필품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골목상권이 위축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성비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쌓이면서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며 "물류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은 분명하지만, 배달원 수급 문제 등 부작용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