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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칼럼] 이재명 대표의 선택과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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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정권적 위기를 무마할 기회로 삼으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분노를 고려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반성과 함께 대대적인 쇄신, 심지어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개헌과 같은 파격적 결단 없이 이 대표와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용해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이는 국민을 또다시 기만하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80%가 국정 기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을 경우 퇴진 투쟁이나 탄핵을 불가피하게 여긴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현재 상황은 ‘심정적 탄핵’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기 절반을 겨우 넘긴 시점에서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1일 기준, 고려대·연세대를 포함한 전국 55개 대학의 교수·연구진 3,400여 명이 시국 선언에 나섰으며, 이러한 기세는 각계각층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는 2016년 10월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탄핵 정국과 유사하다. 당시 일주일 사이 100여 개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탄핵을 외쳤던 상황과 비교해볼 때, 지금의 분노는 그 속도가 더 빠르고 대상도 더 넓다. 대통령 본인의 무능과 오만, 김건희 리스크, 공천 개입 의혹 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개혁적 보수 성향의 한 변호사는 “지식인과 학생들이 시국 선언과 퇴진 집회에 동참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자가 며칠 전 만난 영남의 70대 보수 성향 인사조차 윤 대통령에 대해 “더는 안 된다”고 혀를 찼다. 국정을 쇄신할 것이란 기대감은 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보수 진영에서도 거국 중립 내각 구성과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지만,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에 이어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에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히려 친명계 의원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 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권 교체라는 시대적 사명을 구현해야 할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혼란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당 대표의 위기를 단일 대오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선택이 현실적이고 냉정한 판단에 기반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과잉 충성과 전략적 사고 부재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명계, 움직이면 죽는다”는 과격한 발언, “이재명은 신의 사제”라는 표현, 사법부의 판결을 “사법살인”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오히려 이 대표를 더 큰 정치적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더구나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며 사법적 정의를 무시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행태는 민주당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 이후 물밑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방송인 김어준은 “이재명 대표는 이제 하나의 도구가 됐다”며 사실상 이 대표의 궐위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호남 출신 원로 인사들은 “민주당이 정권 교체라는 국민적 염원을 이루기 위해 이 대표에게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당 내의 다양한 대권 후보군의 움직임을 인정해야 한다. 다양한 대선 주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는 시대의 흐름과 타이밍을 읽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스스로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이재명 대표가 통 큰 결단으로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야 할 때다.

이 대표의 결단은 잠시 진통이 있겠지만 민주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며, 지금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김건희 특검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권 교체에 한 발 더 나가기 위한 의미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적 분노를 윤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연결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대안세력으로서 정권 교체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이 대표 개인은 앞으로 남은 재판 과정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데 전력하면 된다.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희생의 길을 선택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대표 역시 역사와 국민 속에서 다시 부활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주목하고 있다.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양기대 전 의원]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양기대 전 의원]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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