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의 에너지팀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에너지부 장관과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인 내무부 장관에 석유·가스 등 친화석연료주의자들이 잇따라 내정되면서 미국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이번 인선과 관련 미국이 석유와 가스 등 친화석연료 생산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맞춰 중동에 편중된 원유 수입처를 미국으로 다변화하는 방향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미국 에너지부 장관에 석유 기업 리버티에너지의 크리스 라이트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리버티에너지는 셰일가스 프래킹(셰일가스 수압 파쇄법) 기술 전문 기업이다.
라이트는 스스로를 '기술괴짜'라고 부를 정도로 기행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2019년 프래킹에 쓰는 액체가 무해하다면서 프래킹액을 마시기도 한 인물이다. 특히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예찬론자로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에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트럼프와 궤를 같이 하는 인사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인 내무부 장관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임명했다.
버검 주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反) 화석연료 정책을 퇴행적인 정책으로 폄하해왔다. 그가 주지사로 재직중인 노스다고타주는 셰일을 이용한 새로운 시추 기술이 개발되면서 석유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지역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이번 인사는 바이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을 폐기하고 석유·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더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내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석유를 시추하라)"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역내 화석 연료 생산 확대를 공언해왔다.
국내 정유업계는 미국 에너지 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미국내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미리 사들여 정제 후 판매하게 되는데 유가가 하락하면 제품을 비싸게 사들여 싸게 파는 셈이 된다.
당장에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을 입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미국 원유 생산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가고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정유사로서는 차후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용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다.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저조했던 지난 3분기에 정제마진은 3달러 수준을 맴돌았다.
업계는 원유 수입을 미국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중동의 원유 증산과 감축이 돌변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위험이 있었는데 미국이 지속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린다면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전체 대비 71.9%에 달했다.
지난 21일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0.10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72.83달러로 미국산 원유가 가격 경쟁력이 높다. 또 미국과 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원유 수출입에 무관세가 적용된다.
원유 수입처를 미국으로 다변화할 요소가 없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미국산 원유의 경우 운임이 비싸다는 게 한계다.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기도 하다.
국내 정유 설비 상당량이 중동 원유에 특화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의 설비는 미국산 원유에 맞지 않아 전면적으로 설비를 바꿔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무관세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맞아 떨어진다면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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