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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AI 강국'이냐 'AI 후진국'이냐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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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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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정일 기자]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과 인공지능(AI)에 물어보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확성? 편의성? 정답은 ‘인간의 선택’ 여부다. “다양한 결과에서 정보를 선택하는 검색과 달리 AI는 선택의 여지 없이 결과만 보여준다.”(이해진) 그런데 AI가 틀렸거나 편향됐다면?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GIO)이 조지오엘의 ‘1984’를 소환한 것은 AI 서울정상회의에서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1984의 한 구절을 인용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은 그 AI의 답으로 채워지고 미래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문화와 환경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진 GIO의 주장은 ‘소버린(sovereign)AI’를 향한다. 주권 또는 자주권을 뜻하는 sovereign과 AI의 합성어는 결국 이런 의미다. ‘한 국가의 제도, 문화, 역사, 가치관을 이해하는 AI를 국가 차원에서 개발한다.’ 특정 AI에 전 세계가 의존할 경우 문화와 가치관이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내포하는 이른바 ‘AI 주권’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이를 ‘문화종속’이란 관점에서 접근했다. 학술저널 ‘D.E View’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실리콘밸리 빅테크가 만든 생성 AI의 90% 이상은 미국 인터넷 문서 데이터를 학습한다”며 “결과물은 당연히 미국 가치관으로 편향된 특성을 갖고 있으며, 미국 빅테크의 생성 AI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경우 문화종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1984니, 문화종속이니 하는 이들의 우려가 괜한 엄살은 아니다. 주요 국가의 소버린AI 속도전에서 우리는 한참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은 이미 2021년 3월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 보고서를 통해 초격차의 AI 기술을 확보해 국방, 에너지,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도약을 꾀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 권고에 따라 인텔에 1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정부 투자를 과감히 늘리고 있다. 일본은 소프트뱅크에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약 44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초거대 생성 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슈퍼컴퓨터를 확보하자는 취지다. 프랑스는 2025년까지 20억 유로(약 2조9500억원)를 AI 스타트업에 지원키로 했다. 중국도 향후 6년간 무려 10조 위안(약 1900조원)을 AI 기술 개발에 투입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딱 잘라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우리는 핵심 인프라를 갖췄는가. 전혀 아니다. AI 기술 개발에 핵심적인 엔비디아의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우리나라는 겨우 2000개 정도 보유했을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 전체’다. 미국 메타가 35만개, 머스크의 xAI가 10만개, 테슬라가 3만5000개인 것에 비하면 턱 없이 적은 숫자다.

둘째, 우리는 AI 활용도가 좋은가. 그것도 아니다. 라이터버디(Writerbuddy)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 AI 활용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위 밖에 밀려나 있다. AI 학습이 그만큼 더디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만 봐도 답이 나온다. 지금 우리는 ‘AI 후진국’을 우려해야 할 처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세제 혜택’을 꺼낸 것은 그런 절박함에서다. 최근 열린 SK AI 서밋에서 정 대표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인프라 비용 부담이 너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AI 주권’을 위해서라면 세제 혜택이 대수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GPU를 정부와 민간이 공동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돌이켜보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IT강국’이 그냥 된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초고속인터넷 육성책’이 불을 지폈다. 지금 시급한 것도 정부의 강력한 육성책이다. ‘IT강국’에 취해 있을 여유가 없다. ‘AI 강국’이냐 ‘AI 후진국’이냐,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이정일 기자(jay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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