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맷값이 못 쫓아가"…전셋값 10% 넘게 올랐다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인천 부평구와 서구의 전셋값이 올해 들어 크게 반등했다. 두자릿 수 이상 상승세다. 이에 수요가 매매로 전환할 법도 하지만 매매가격은 게걸음 중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누적 기준으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조사 대상 중 아파트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인천 서구였다. 11.30%나 상승했다. 이어 상승 폭이 가장 큰 지역은 인천 부평구로 11.03%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구와 부평구의 전세값이 7.03%, 13.32% 하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전혀 딴판으로 뒤바뀐 셈이다.

인천에선 줄줄이 전셋값이 올랐다. 인천 동구는 올해 누적 기준 2.23%, 연수구는 4.01%, 계양구도 4.04% 상승했다. 중구와 미추홀구는 4.55%, 4.89%, 남동구는 6.74% 상승했다.

인천 서구의 청라국제도시의 '청라 푸르지오(2013년 입주)' 전용면적 114㎡는 지난 12일 5억5000만원(6층)에 새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해 12월 전용면적 114㎡가 4억8000만원(20층)에 계약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7000만원 높다.

인근의 '청라힐스테이트커낼뷰(2012년 입주)' 아파트 전용 121㎡는 지난달 4억4000만원(5층)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8월만 해도 같은 전용 121㎡가 3억8000만원(12층)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실거래가 기준으로 6000만원 오른 것이다.

부평구도 비슷하다. 부개동 '부개역푸르지오(2010년 입주)' 전용 59㎡는 최근 3억3000만~3억5000만원 수준으로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 7월엔 전용 59㎡가 3억4000만원(18층)에 거래가 됐다. 지난해 11월로 시점을 옮기면 같은 주택형이 3억원(18층)에 전세 계약됐따. 지금은 이보다 3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부평구 소재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보다는 전세가격이 좀 올랐다. 요즘 전세물건이 없고 잘 나오지도 않는다"며 "재작년과 작년에 인천 지역 신규 아파트 입주가 몰려서 입주 대란으로 일시적으로 가격으로 떨어졌다가 이제는 진정된 상황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인천의 입주 물량은 4만1987가구, 지난해 4만2413가구였다. 올해는 2만7016가구로 줄었고 내년에도 2만5362가구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6년에는 1만3018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 전셋값 치솟는데, 매매가격은요?

이처럼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매맷값에는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을까. 통상 전세값이 오름세로 돌아서면 매매가격도 일부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인천 서구는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누적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4.33% 상승했다. 부평구도 같은 기간 1.44% 오르는 데 그쳤다.

청라푸르지오 전용 139㎡는 지난 2일 14억5000만원(25층)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8월에 같은 주택형이 15억원(51층)에, 지난해 10월에 13억원(45층)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비슷하거나 소폭 오른 수준이다. 같은 아파트의 전용 94㎡는 지난달 8억3500만원(28층)에 팔려 지난해 계약된 8억1200만원(27층)과 비슷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많았다면 매매가격이 더 올랐을 것"이라며 "인천 부평구나 서구는 매매가격이 과거에 올랐다가 다시 조정된 지역"이라고 말했다.

김 랩장은 "투자 수요가 더해졌다면 매매가격도 더 올랐을텐데, 현재 수도권 시장은 제한된 매수 수요에 매매가격이 오르는데 한정된 상황"이라며 "현재 가격은 서울의 도심권과 같이 중심 지역 위주로만 오름세를 보여 지방 등에서 투자 수요가 가세한다 해도 이런 오르는 지역에만 수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 전체적으로 지역의 개발 호재가 있더라도 다른 지역의 투자 수요까지 끌어들이긴 어렵다"며 "만약 전셋값 상승세가 앞으로 계속 이어져 매매 전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그때 매매가격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