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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도전기] <11> 오딧세이 시베리아 (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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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하리라...더 자주 여행을 다니고 더 자주 노을을 보리라"미국 켄터키주에 살던 나딘스테어 할머니가 85세에 쓴 시'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9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에 소개되면 널리 알려졌다. 지난1970년대 소년 윤영선도 김찬삼교수의 세계일주 여행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세계여행을 꿈꾼다. 그의 꿈은 바쁜 관료생활로 하염없이 미뤄졌다. 그랬던 그가 고교 졸업 50년만에 꿈을 실천했다. 나딘스테어 할머니의 시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이르기 까지 50일간의 자동차 여정이다. 그는 여행기간동안 멈춤과 느림의 시간속에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고 태고적 고원의 웅장함을 느꼈다고 한다. 70 나이에 꿈을 이룬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의 횡단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오늘은 서울 출발한 지 10일째(7월 12일)이다. 서울의 아들 며느리 손자 등과 안부 전화를 했다. 미세스 송은 자식들과 수다를 떨며 생기가 넘친다. 시베리아는 관광객이 없기 때문에 여관을 전업으로 아니 한다. 휴게소, 식당, 여관, 편의점 등을 한 집에서 겸업하기 때문에 바로 도로 옆 숲속에 위치하고, 휴게소 주차장에는 화물차들이 밤을 보낸다.

새벽 4시경이면 북쪽이라 훤하게 밝아지고, 주차장에서 밤을 보낸 화물차들이 이른 출발을 위한 엔진의 시동거는 소리가 소란스럽다. 장거리 운전 화물차 기사는 휴게소에 200루불(3천원)을 주고 여관의 샤워실을 빌려 간단히 목욕한다. 화물차 기사는 휴게소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과 술 몇 병을 사서 운전석에서 식사, 반주를 하면서 잠을 잔다.

매일 아침 출발 전 작은 기쁨은 서울에서 가져온 원두커피 한잔을 마시는 기쁨이다. 운전 중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인스턴트 믹스커피와 녹차를 보온병에 담아서 한잔씩 마시는 것도 여행의 활력소이다. 간식으로 가져온 과자와 사탕을 차 안에서 먹으며 지루함을 즐긴다. 평소에 안 먹는 단것이 입 맛에 댕긴다.

아침 출발할 때부터 내 머리의 뒤통수가 퉁퉁 붓고 매우 가렵다. 서울 아들에 급히 연락해 보니 여관의 불결한 베개에서 '베드버거'(베개에 숨어있는 미세 곤충)에 물린 거란다. 서울에서 가져온 모기 물린 약을 발랐는데 효과가 없다. 향후 여관 베개에 깨끗한 수건을 깔고 자라고 조언한다. 머리의 가려움과 통증이 진정되는데 2주일 이상 장기간 고생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 것이다. 어젯밤 미세스 송은 눈 주위를 벌레가 물어서 눈이 퉁퉁 부어있다. 부은 눈을 가리려고 아침부터 선그라스를 끼고 다닌다. 예상하지 못한 수난이다. 출발하면서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 20리터 소량을 넣고 출발한다. 도중에 큰 주유소 만나면 품질 좋은 디젤을 가득 넣기로 하고. 이것이 오후 내내 우리 일행을 가슴 졸이게 만드는 큰 사달의 원인이 될 줄은 몰랐다.

시베이라 한 산림이 토탄 불에 죽어가고 있다. [사진=윤영선]
시베이라 한 산림이 토탄 불에 죽어가고 있다. [사진=윤영선]

자동차 앞 유리창은 피범벅으로 그냥 두고볼 수가 없다. 운전 중 초원에 사는 나방, 곤충, 벌레 들이 날아와서 앞 유리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카메이트 L 실장은 매일 새벽마다 세척용 물비누를 사서 출발 전 자동차 앞 유리를 깔끔이 닦는다. 그래도 한두 시간만 달리면 앞 유리가 벌레들의 핏자국으로 빨갛게 염색되어 앞이 잘 안 보인다.

영화 '와일드 아프리카'에 사자, 악어들의 약육강식 풍경이 자주 나온다. 토탄 산불로 휩싸인 시베리아는 정말로 와일드 야성미의 전형이다. 새벽부터 토탄 불로 인한 연기와 매연이 계속하여 자욱하다. 오늘 목적지 '우탄'까지 하늘을 덮고 있는 토탄 연기가 600여 킬로 갈 때까지 자욱하다. 하늘은 짙은 회색으로 햇빛을 하루종일 못 보고 있다. 유독한 연기로 인한 건강위협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다.오늘은 서울 출발한 지 10일째(7월 12일)이다. 서울의 아들 며느리 손자 등과 안부 전화를 했다. 미세스 송은 자식들과 수다를 떨며 생기가 넘친다. 시베리아는 관광객이 없기 때문에 여관을 전업으로 아니 한다. 휴게소, 식당, 여관, 편의점 등을 한 집에서 겸업하기 때문에 바로 도로 옆 숲속에 위치하고, 휴게소 주차장에는 화물차들이 밤을 보낸다.

새벽 4시경이면 북쪽이라 훤하게 밝아지고, 주차장에서 밤을 보낸 화물차들이 이른 출발을 위한 엔진의 시동 거는 소리가 소란스럽다. 장거리 운전 화물차 기사는 휴게소에 200루블(3천 원)을 주고 여관의 샤워실을 빌려 간단히 목욕한다. 화물차 기사는 휴게소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과 술 몇 병을 사서 운전석에서 식사, 반주를 하면서 잠을 잔다.

매일 아침 출발 전 작은 기쁨은 서울에서 가져온 원두커피 한잔을 마시는 기쁨이다. 운전 중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인스턴트 믹스커피와 녹차를 보온병에 담아서 한 잔씩 마시는 것도 여행의 활력소이다. 간식으로 가져온 과자와 사탕을 차 안에서 먹으며 지루함을 즐긴다. 평소에 안 먹는 단것이 입맛에 당긴다.

아침 출발할 때부터 내 머리의 뒤통수가 퉁퉁 붓고 매우 가렵다. 서울 아들에 급히 연락해 보니 여관의 불결한 베개에서 '베드버거'(베개에 숨어있는 미세 곤충)에 물린 거란다. 서울에서 가져온 모기 물린 약을 발랐는데 효과가 없다. 향후 여관 베개에 깨끗한 수건을 깔고 자라고 조언한다. 머리의 가려움과 통증이 진정되는 데 2주일 이상 장기간 고생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 것이다. 어젯밤 미세스 송은 눈 주위를 벌레가 물어서 눈이 퉁퉁 부어있다. 부은 눈을 가리려고 아침부터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예상하지 못한 수난이다. 출발하면서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 20리터 소량을 넣고 출발한다. 도중에 큰 주유소 만나면 품질 좋은 디젤을 가득 넣기로 하고. 이것이 오후 내내 우리 일행을 가슴 졸이게 만드는 큰 사달의 원인이 될 줄은 몰랐다.

자동차 앞 유리창은 피범벅으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운전 중 초원에 사는 나방, 곤충, 벌레들이 날아와서 앞 유리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카메이트 L 실장은 매일 새벽마다 세척용 물비누를 사서 출발 전 자동차 앞 유리를 깔끔이 닦는다. 그래도 한두 시간만 달리면 앞 유리가 벌레들의 핏자국으로 빨갛게 염색되어 앞이 잘 안 보인다.

영화 '와일드 아프리카'에 사자, 악어들의 약육강식 풍경이 자주 나온다. 토탄 산불로 휩싸인 시베리아는 정말로 와일드 야성미의 전형이다. 새벽부터 토탄 불로 인한 연기와 매연이 계속하여 자욱하다. 오늘 목적지 '우탄'까지 하늘을 덮고 있는 토탄 연기가 600여 킬로 갈 때까지 자욱하다. 하늘은 짙은 회색으로 햇빛을 하루 종일 못 보고 있다. 유독한 연기로 인한 건강 위협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다.

하늘과 태양이 토탄 연기에 휩싸여 있다. [사진=윤영선]
하늘과 태양이 토탄 연기에 휩싸여 있다. [사진=윤영선]

어떤 곳은 지표면 토탄층 불로 나무가 죽어가고, 오래전 불이 난 지역에서는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토탄은 생성역사가 짧은 석탄의 일종으로 열량이 적어서 화석연료로는 사용 안 하는 석탄이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까지 약 800킬로 거리가 토탄 연기로 덮여있다. 정말로 광대한 땅이다. 활활 타는 불꽃은 없어서 도로에 화물차 등은 계속 다닌다. 어디까지 '시베리아'인지 검색해 보니 우랄산맥 동쪽부터 태평양 오흐츠크해까지 9천 킬로를 지리학상 시베리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시베리아 지역을 한 단어로 간단히 정의할 수 없는 이유이다. 원주민 언어로 시베리아 뜻은 '잠자는 땅'이라고 한다.

노상에서 시베리아 야생 딸기, 와일드 베리, 야생 꿀을 사고 싶은데 이런 험악한 상황은 장사는커녕 생명체가 살기도 쉽지 아니하다. 휴게소를 조금만 벗어나면 인터넷이 끊긴다. GPS가 안 되니 내가 현재 있는 곳의 위치정보, 즉 해발고도, 위도, 경도 등 나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서울에서 인터넷이 안 되면 모든 금전거래 중단, 카톡 네이버 구글 SNS 차단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고, 경제와 사회생활 중단으로 대혼란일 것이다. 인터넷이 단절된 오지는 '시간이 직선으로 아니 가고, 곡선으로 간다.' 문명과 단절은 우리에게 시간의 느림, 멈춤을 느끼게 만든다. 느림은 나그네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든다. 세상과 단절이 주는 아름다운 고독이다.

서울에서 머리를 가득 채우던 복잡한 생각도 잠시 멈춤이다. 시베리아 평원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강들이 자주 나타난다. 이곳의 모든 강은 겨울철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로 흘러가기 때문에 인간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아니 된다. 만일 이 강물이 남쪽의 몽골 지방으로 흐른다면 몽골은 매우 살기 좋은 비옥한 나라가 될 것이다.

간혹 강가에 낚시꾼이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잡고 낚시하러 가는 평화스러운 모습을 본다. 낚시는 여름철 짧은 기간의 취미생활일 것이다. 단조로운 풍경이 주는 여유로움이다. 나의 귀여운 어린 손자들이 청소년이 되고, 언제 함께 낚시하러 다니면 조손간에 다정한 관계와 평안한 노후의 시간을 보내는 그림을 상상해 본다.

아침 출발할 때 중간에 점심을 먹으며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울 생각으로 출발하였다. 수백 킬로 지나왔는데 중간에 휴게소와 주유소가 없다. 점심은 서울에서 가져온 과자 몇 개를 나누어서 먹는다. 계기판에 주행거리 50킬로 남았다는 경고등이 켜진다. 모든 일행의 마음이 초조해진다.

시베이라 시골 길가의 하늘이 토탄 연기로 뿌옇게 물들어 있다. 사진은 길가에 설치된 원시적 주유기. [사진=윤영선]
시베이라 시골 길가의 하늘이 토탄 연기로 뿌옇게 물들어 있다. 사진은 길가에 설치된 원시적 주유기. [사진=윤영선]

만일 길에서 기름이 떨어져서 차가 멈춘다면 시베리아 숲속에 고립된다는 공포심이 무섭다. 거의 기름이 고갈될 즈음에 간신히 작은 주유소를 찾았다. 시골길을 돌고 돌아서 80년 전 2차 세계대전 때 썼을 법한 초미니 주유소를 발견했다. 주유기 하나가 들판에 덜렁 서 있다. 전화를 하니 주유소 주인이 나타나서 정말 어렵게 기름을 넣었다.

미세스 송이 점심을 못 먹어 배고픈 것보다 기름이 없어서 차가 멈추는 것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속된 말로 일행 모두 똥줄이 타는 하루를 보냈다. 매일매일 긴급상황이 한가지씩 생긴다. 조용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다. 그래도 구글이 연결되는 지역에 있어서 초미니 주유소를 찾은 것이다. 구글 맵 서비스가 없다면 오지의 여행은 참으로 힘들 것이다.

오늘 숙소 '우탄' 못 미쳐 '네르친스크' 도시를 통과한다. 1689년 청나라와 러시아가 '네르친스크 조약'을 체결한 도시이다. 17세기 중반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과 서쪽의 강대국, G2 국가는 청나라와 러시아이다. 당시 아무르강에서 조선, 청나라 연합군과 러시아 군대 간에 두 차례 전쟁(1654년, 1658년 조선 효종 때 청나라 요청으로 파병되어 러시아군관 벌인 전쟁. 나선 전쟁)을 치렀는데 전쟁을 중단하고 국경을 확정하기 위한 국제조약이다.

중국은 종주국 위치로서, 주변 국가는 조공국 위치를 2천 년 이상 유지해 왔기 때문에 대등한 국제조약을 맺은 적이 없는 나라이다. 중국은 항상 '갑'의 위치에서 이(夷)민족과 불평등한 협상을 해왔다. '네르친스크 조약'은 중국이 타국과 대등한 자격으로 맺은 최초의 국제조약으로 유명하다.

당시 조약문서는 '라틴어'로 썼다고 한다. 청나라는 선교차 와 있던 라틴어를 아는 예수회 신부를 데려갔고, 러시아 측에도 라틴어를 아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밤 9시 반에 도로 옆 위치한 여관 겸 휴게소에 도착했다. 토탄 연기를 뚫고 600킬로를 달려온 셈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니 밤 11시다. 서울서 가져온 고추장, 김치, 장아찌 등으로 식사를 맛있게 했다. 샤워 중에 여관의 전기가 나가고 물이 끊겨서 생수를 가지고 이빨을 닦는 돌발사태도 경험한다.

시베리아의 야생 문화에 적응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불편한 침대지만, 하루 종일 피곤함이 숙면을 가져 온다. 오늘은 하루 종일 '낭만적 여행'이 아닌 '전투적 여행'을 했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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